오 평 섭 국민은행 동광양지점장

퇴직연금제도는 2005년 말 도입됐지만 확산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퇴직연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5년여의 유예기간, 중간정산제도 시각차이, 노조와의 합의 등 급히 도입할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년부터는 기존 퇴직보험과 퇴직신탁에 대한 손비 인정제도가 없어지고 퇴직연금만 법인세 감면혜택을 받게 됨에 따라 많은 기업이 퇴직연금을 도입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이에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기관들은 거대 황금시장으로 부상한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고금리 제공을 약속하면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실수혜자인 근로자들은 금융기관과의 기존 거래관계나 초기에 제시되는 수익률과 수수료 등에 치중해 최적의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들의 노후를 책임질 퇴직연금의 선택.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좋을까? 개인별로 성향이 다르고 소속된 회사에 따라 판단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각 퇴직연금의 특징을 충분히 고려한 다음 선택해야 한다. 첫째,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기관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퇴직연금은 장기상품이므로 최고의 안정성과 자산운영능력 신뢰성을 가진 금융기관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은 각각 정기예금, 펀드, 보험, ELS등 20~30개 개별상품을 한 바구니에 담은 퇴직연금을 판매한다.

은행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중도적 투자운용을 하고 있으며, 보험사는 오랫동안 퇴직금을 관련업무를 해온 노하우가 풍부하다. 증권사는 실적배당상품이 많은 장점이 있다. 본인의 성향에 맞는 금융기관을 선택하면 된다. 둘째, 임금인상률과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을 잘 살펴야 한다. 현재 소속된 회사의 평균 임금인상률과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은 퇴직자산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로 퇴직연금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임금 인상률이 높은 기업의 근로자는 DB(확정급여형)형이 유리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의 근로자는 DC(확정기여형)형이 유리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DB와 DC그리고 IRA(개인퇴직계좌)의 비중이 6:3:1이다. 그러나 연봉제와 성과급제 도입의 확산추세, 장기투자의 개념, 잦은 이직과 계약직확산 등 임금 구조변화 등을 감안할 때 퇴직연금 선진국에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DC형이 보다 더 활성화 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나이와 이직률도 생각하자. DB형과 DC형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결국 저축상품을 선택하느냐, 투자상품을 선택하느냐의 결정이다. DB형은 지급을 기업이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저축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DC형은 연금자산을 자신이 선택한 펀드에 넣어 운용한다.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따라 훗날 받게 되는 금액이 달라지는 투자상품인 것이다.

따라서 나이가 많고 금융지식 및 이직률이 낮은 경우 DB형이 유리하다. 근로자가 신경쓸것 없이 현재의 퇴직금 제도와 같은 퇴직급여가 보장된다. 따라서 금융지식을 미처 쌓을 겨를이 없었던 고연령 근로자에게 적합한 측면이 있다. 올해 퇴직연금 시장은 금융기관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역마진금리 제시, 계열사 퇴직연금 싹쓸이 논란 등 무리한 추진이 사회 이슈화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특별한 혜택의 제공으로 근로자들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1,2년의 만기를 가진 금융상품이 아니라 근로자가 퇴직 후 노후를 책임져줄 든든한 버팀목인 것이다. 때문에 근로자는 눈앞의 조그만 혜택보다 퇴직시까지 안전하고 충실하게 관리하고 더 많은 금융서비스를 받을 금융기관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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