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택 동광양중학교 교감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60년대의 중반까지는 학교에서 한자를 사용하고 접할 수가 있었다. 그 뒤 70년대 이후는 소위 한글세대라고 지칭하는데 그들은 군사혁명이후 ‘한글 전용론’을 주장한 위정자의 철퇴를 맞은 학문의 불구자들이 한 둘이 아님을 우리는 주위에서 보아왔다.

교단의 현장에서도 수업 중 전혀 한자를 쓰지 않고 지나치는 현실을 실로 안타까워하며 지금까지 삶을 통한 주변의 한자에 얽힌 일화와 그리고 교육현장에서 체험한 경험담과 가정에서 자식들의 교육성장을 통한 이야기를 통해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대신하고자 한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지금같이 야간시간도 특기적성 시간도 없었다. 학교의 규정수업이 끝나면 곧 바로 하교할 때 벌어진 일화다. 그 때 마을 앞 정자에서 쉬고 계신 어른들 앞을 지나칠 때는 걱정이 앞서고 피해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인즉 지나가는 우리를 불러 눈이 어두우니 신문 사설을 좀 읽어 달라는 부탁을 하시기 때문이다.

그 때 어려워 못 읽겠다고 한다면 그 학생은 앞날이 걱정되는 실력이 형편없는 학생으로 낙인찍히고 만약 일사천리격으로 줄줄 읽어 가면 반대로 앞날이 지극히 촉망되는 인재로 인정받아 동리에 소문 아닌 소문을 퍼뜨려 부모의 낯을 세우고 깎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만큼 한자의 활용을 중요시 했던 시절 일화지만 한자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할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필자가 한자를 좋아하게 된 동기도 중등학교 시절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께서 국한문을 혼용해서 수업해 주셨기에 그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나는 그 시절 꼭 실천했던 일이 한 가지 있는데 중, 고 시절 5·6 년간을 빼지 않고 일기를 썼다. 그 때 필요한 일상용어는 반드시 한자로 정리한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모르는 한자까지도 자전에서 찾아 현학성을 내 보이기 위한 행동도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칭찬 받고 희희낙낙했던 그 시절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자를 우리말로 생각하고 일상용어로서 사용해야 하고 매일 익혀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그 때 가장 중요한 도구는 옥편과 국어사전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필자에게는 옥편과 국어사전이 3권씩 준비해 두고 애용하고 있다. 한 권은 집 서재 책상위에 펼쳐져 있고, 또 한 권은 침실 작은 탁자위에 다른 한 권은 학교 책상위에 놓고 거의 매일 여러 번 사용한다.

옥편과 사전은 찾아볼수록 어렵고 모르는 낱말이 더 많아지는 것은 망양지탄(‘亡羊之歎)이라는 한자성어를 실감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예로 필자에게는 초등학교 교사인 두 자식이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큰 애가 3년 아래 동생에게 한자를 자주 묻은 것을 발견했다. 그 이유를 늦게야 알게 되었는데 동생은 초등학교시절 서예학원에서 한자교육까지 병행해 4년 정도 받았기 때문으로 판명되었다.

이렇게 한자교육은 어릴 때 시작하는 것이 더 큰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으며 초등학교 시절에 두 아이들을 교육시키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지금도 가끔 가정에서 묻는 한자는 지도해 주고 있으나 효과는 초등시절부터 배우고 익힌 것에 비기랴. 필자는 사범대 국어교육을 전공한 평범한 중등교감이다.

나의 국어사랑, 나라사랑에는 추호의 변함이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의 60% 정도가 한자이고 보면 이제는 한자어도 우리말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 온 국민이 한자를 익히고 사용할 때 우리 국어는 더욱 발전하고 민족문화의 찬란한 꽃이 필 것이라 확신하며, 오히려 한자 사용이야말로 국어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때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위대한 세종대왕의 창제정신과 업적도 길이 빛날 것이라 믿는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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