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덕 순천대 교수

연말이다. 연말이 되면 정리하고 되짚어 봐야 할 일들이 많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한 해의 대차대조표를 그려보고 되짚어보는 시기이다. 되짚어 보곤 그럭저럭 만족을 하기도, 한숨을 짓기도 또는 아쉬워하기도 한다. 계획이라는 것이 세웠던 대로 다 지켜지기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다고 세웠던 대로 다 지켜지는 것도 재미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 중 많은 것을 이루었을지라도 후회는 남는다. 항상 부족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어 늘 아쉬워하는 마음이 가슴 한편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리.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은 개인들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올해에는 미래를 위해 반드시 자격증을 취득해야지’, ‘운동과 음식조절을 통해 다이어트에 반드시 성공해야지’, ‘좋은 동반자를 만나야지’, ‘좋은 대학에 가야지’, ‘이번 목표는 영어점수 향상이다’, ‘좋은 직장을 얻어야지’, ‘돈을 열심히 벌어야지’, ‘건강을 위해 금연·금주해야지’ 등 수 많은 계획들을 수립한다. 그러나 정작 이맘때가 되면 지킨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에 실망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생각이 깊어지면 기분이 가라앉고 지금까지 해 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는 연말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제 곧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생각과 도대체 나는 왜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을 성취하지 못했을까, 왜 항상 계획들이 물거품이 될까라는 생각에 왠지 가슴이 허전해지고 답답해지기 때문이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씨는 더더욱 무기력을 가중시키고 괜스레 서글퍼지게 한다.

이러한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글귀가 생각난다. “그때그때 그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한다’란 글귀 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내가 있어야 할 자리와 시기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는지에 대해 아름다운 반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아름다운 반성을 통해 아름다운 마무리, 더 나아가 아름다운 계획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훨씬 아름답지 않을까?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나보다 못한 주변 사람에게 아름다운 마음을 나누어 주는 것은 어떨까? “사람은 나눌 때 진정한 부자가 된다고 한다. 진정한 부자는 집과 재산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소유하지 않고 마음이 사사로운 물건과 탐욕에 얽매이지 않아 홀가분하게 사는 사람이며, 부족할까봐 미리 준비하고 쌓아두는 마음은 곧 결핍이요, 가난이다.”라고 한다. 한 해가 다 지나도록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쌓여 있다면,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좀 더 많이 가지고 있다면, 아낌없이 새로운 주인에게 아름다운 마음을 나누어 주는 것은 어떨까?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일 즉, 아름다운 마음을 나누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봄은 어떨까?

한 해의 마지막 달력을 바라보면서 “세월이 쏜 살 같다”라는 표현이 전혀 낯설지 않다. 아름다운 마무리가 필요한 시기다. 지금 현재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인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요.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라고 한다.

그렇다.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연초에 가졌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운 마무리인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통해 막연하게 무엇을 해야지, 남들이 하니까 해야지 할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맞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아름다운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연초에 세웠던 목표가 허무하게 물거품이 되는 사람이라면 ‘아름다운 마무리’를 통해 2010년 새해를 아름다운 계획으로 장식해 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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