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3%, 경상수지 100억달러, 소비자물가 상승률 3% 전망

경제 전망은 매우 어둡다. 미국발 리먼 금융불안 이후 실물경제 침체는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까지 불안과 공포 속으로 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경기가 어느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어 놓고 있지만, 과거 세계금융위기가 금융불안 2~3분기에 이어 실물침체가 7~8분기 지속됐다는 점을 들어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은 3%, 경상수지는 100억달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수출은 0% 안팎으로 전망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기획재정부는 성장률에 대해 “한국은행이 2%를 예상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3%로 제시한 것은 정책적 목표의식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한국형 뉴딜정책을 펴기로 했다.

4대강 정비, 광역경제권선도프로젝트 등 올해 24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에 해당한다. 고용 빙하기에 접어들면서 일자리 대책은 `만들기' 보다는 `지키기'와 `나누기' 쪽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를 떠 받치고 있는 근간이 되는 기술을 전망해 보면서 새해 경기를 예측해 보았다.

경기 침체는 올해도 계속 될 전망이다. 특히 내수시장까지 얼어붙어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기업간의 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가 도태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어느 기업할 것 없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경제을 이끌었던, 철강,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자동차는 지난해를 고점으로 시장 축소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 분야 세계 발주량은 3분의 1이 사라질 것으로 예견된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이럴수록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다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철강 - 세계 조강생산 2억톤 감소될 전망
쌓아 놓은 재고가 많아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감산 체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철강협회는 글로벌 조강 생산량이 작년 13억3600만ｔ에서 2009년 11억5100만ｔ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수출 둔화 영향을 크게 받는 중국 조강 생산량은 2008년 4억9900만ｔ에서 4억6600만ｔ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조강 생산량 역시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철강협회가 발표한 `2009년 철강재 수급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강 생산량은 작년 추정치 5397만ｔ보다 1.6% 줄어든 5311만ｔ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특수형강과 동부제철이 올해 전기로를 신설하면 조강 생산 능력은 연간 350만ｔ 증강될 예정이지만 감산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는 예측이다. 문제는 철강 수요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철강 명목소비는 작년 5930만ｔ에서 9.5% 감소한 5360만ｔ을 기록할 전망이다.

◆ 자동차 - 2년만에 500만대 감산할 예정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경기 침체는 자동차 시장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는 어느 정도 선방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올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 위축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자동차 산업은 여러 산업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더욱 타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5년 6621만대 규모였던 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06년과 2007년을 거쳐 7192만대까지 규모가 커졌지만 2008년에는 6997만대로 2.7% 정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6698만대로 4.2%가량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 전망치 역시 올 상반기쯤 금융경색 현상 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치를 반영한 것이어서 실제 상황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회사 회생 여부도 관건이다. 내수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9년 내수시장 예상대수 105만대는 1998년 외환위기 때 80만대까지 곤두박칠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차급별로도 희비가 갈린다. 경차는 작년 총 95만5000대 가운데 13만6000대로 15.5%를 차지했다. 2007년 5만4000대에 비해 거의 2.5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올해에도 내수시장 규모는 줄어도 경차 대수는 동일하게 13만6000대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시장에서 강세였던 중대형차와 SUV는 경유값 상승과 연비 등 문제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 GM대우 쌍용 르노삼성 등 국내 업체들도 일제히 조업 단축과 감산에 돌입했다. 또 판매가격 할인 등 출혈 마케팅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 휴대폰 - 유일한 희망있던 신흥국가 수요도 줄어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은 글로벌 휴대폰 시장이 2008년 12억9000만대에 이르렀으나 올해에는 12억대에 머물러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도 2009년 휴대폰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본다. 휴대폰 산업은 신흥시장 성장에 힘입어 매년 10~20% 고성장을 `당연하게` 인식했던 터라 이 같은 전망은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글로벌 빅3 업체는 새해 전망을 "작년에 기록한 판매량은 지킨다"며 보수적으로 짜고 있으며 모토롤라 소니에릭슨 등은 아예 생존경쟁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과 HTC 등 스마트폰 업체들은 고성장이 예상되고 델과 HP 등 기존 업체들이 새로 뛰어들어 일대 구조조정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다. 다만 세계 시장처럼 마이너스 성장은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어 희망적이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93%를 넘어 이미 포화상태에 돌입했지만 `법인용 휴대폰`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이 신규 수요를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다.

◆ 반도체 - 세계 매출 16%정도 줄어 들듯

반도체 업종도 내년에 시장 규모가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매출액 기준)가 작년보다 16% 줄어든 2192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최근 예상했다. 2009년 시장 규모도 지난해보다 4.4% 줄어든 2619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연간 기준으로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지난 25년 동안 2008년이 5번째다. 특히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비메모리에 비해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반도체 매출 감소로 인해 삼성전자는 2008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2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관건은 언제쯤 반도체 주력제품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냐다. D램 가격(DDR2 1Gb 667㎒기준)은 최근까지 현물가격이 40% 가까이 떨어졌고 고정거래가격도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제품 경쟁력이나 현금 여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점에서 경쟁업체가 도태되면 경기 회복기에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금력을 갖추고 있어 끝 모를 `치킨게임`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채권은행에서 8000억원을 확보하게 된 하이닉스도 강도 높은 원가절감을 통해 `버티기`에 집중하고 있다.

◆ LCD TV - 매출 첫 마이너스 예상 될 듯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가 내년 글로벌 마켓 LCD TV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 회사가 최근 추산한 내년 LCD TV 글로벌 매출은 640억달러다. 이는 2008년 글로벌 시장 매출 추정치인 770억달러에 비해 16% 줄어든 수치며 2007년 글로벌 매출(677억달러)보다도 적다. 디스플레이서치는 내년 LCD TV 글로벌 매출 규모는 줄어들겠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LCD TV가 올해보다 17% 늘어난 1억1990만대 팔릴 것으로 예측했다. 국가ㆍ지역별로는 선진국 시장 규모 축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북미시장을 비롯해 서유럽과 일본 시장은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아 올해 LCD TV 판매대수가 작년보다 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중국 브라질 등 신흥시장 판매대수는 작년 성장률(68%)에 미치지 못하는 45% 수준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글로벌 시장 변화는 한국 업체들에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견이다.

◆ 조선 - 선박발주 30% 줄어들 듯

최근 전 세계 선박 발주가 거의 실종되다시피 하면서 조선업계는 본격적인 불황기에 접어든 양상이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작년 1~11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409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2007년 발주량인 8780만CGT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올해 상황은 보다 심각해질 전망이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발주량은 작년보다 30% 가까이 줄어들어 3750만CGT에 그칠 전망이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2007년 3210만CGT를 수주했던 국내 조선업체들은 2008년 1690만CGT를 수주할 것으로 보여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해에는 더욱 줄어 1160만CGT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10월 이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3` 업체가 수주한 선박도 5척뿐이었던 점만 봐도 국내 조선경기가 얼마나 얼어붙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전체적인 발주가 줄어들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대형 조선업체와 중소형 조선업체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 석유화학 - 수요 소폭 증가 그쳐 공급과잉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시장 규모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에틸렌 생산 규모는 올해 1억3000만ｔ에서 7.4% 늘어난 1억4000만ｔ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동안 유화업체들이 공장 신ㆍ증설을 경쟁적으로 추진해 와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동안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이던 유화제품 수요 증가율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유화제품의 글로벌 수요는 작년 1억1700만ｔ에서 1억2200만ｔ으로 3.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공업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유화제품 수요를 촉진했던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여 유화제품 수요 증가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MB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운용계획은 전대미문의 글로벌 최대 경제 위기를 맞아 기업·저소득층의 생존과 일자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중했다. 이를 위해 영세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을 돕는 동시에 한국형 신뉴딜정책과 신 산업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자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기업이든 가계든 일단은 동반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만큼 유동성을 적기에 풀고 저인망식 경제·사회 안전망을 펼쳐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버텨내야 한다는 최소의 방침인 것이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과 노사관계 혁신을 추진하고 신 성장 및 녹색산업의 기반을 다져 재도약의 기회를 엿보겠다는 의도도 담고 있다. 올해 경제에 대한 정부의 진단은 비교적 객관적이지만 전망치에 목표의식이 강하게 반영돼 있고 새로운 대책도 찾기 힘들어 정책적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해운…물동량 줄고 화물량은 늘어

해운업계는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시장 양대 부문이 모두 연중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아 물동량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수년 전 호황기 때 해운업체들이 앞다퉈 발주했던 선박 건조가 완료되면서 선박이 실을 수 있는 총 화물량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운임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힘든 암울한 상황이다. 벌크(건화물) 시황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말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연말에 다소 상승하기는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국내 해운업계 주력인 컨테이너선 부문도 전 세계적인 물동량 감소로 인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컨테이너선 업체들은 올해 거의 모든 항로에서 운임이 전년 대비 약세를 기록할 것으로 염려된다. 유조선 운임도 세계 경기 침체로 원유소비가 줄면서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건설…주택시장 침체 계속 될 듯

건설ㆍ부동산은 다른 업종에 비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 침체가 2009년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건설사 실적도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 불가피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 수주는 지난해 대비 4.2% 감소한 110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분양 증가 등 악재로 주택공급이 감소하는 데다 오피스 같은 비주거용 건물 공사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권에서 건설사로 들어오는 돈줄을 막고 있어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간 건설 수주는 지난해 대비 8.7%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공 건설 수주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충에 힘입어 전년 대비 4.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섬유… 내수판매량 5%감소 예정

경기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섬유업종은 2009년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실물경기 침체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판매량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섬유업종 내수 판매량은 142만ｔ으로 전년 대비 약 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처분소득 감소가 의류 등 소비재 구매 보류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에 가장 민감한 남성복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고성장을 보이고 있는 아웃도어 의류도 성장세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미국 EU 등 주요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올해 섬유류 수출액은 130억달러를 밑돌 것으로 보여 작년 기록한 134억달러에 비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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