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기기자

요즘 나는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고 있다. 기름값도 문제려니와,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지 않을까 싶어 그런 선택을 했다. 그러자니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제 때 버스시간 맞추는 것은 물론, 바람이라도 세차게 부는 날이면 몇 번이고 호주머니 속에 있는 자동차 열쇠를 넣었다, 꺼냈다를 반복한다. 아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았다는 증거다. 현관문을 나설 때 마다 몇 번을 갈등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하자 마음은 홀가분해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들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 같았으면 쌩하고 스쳐가면 그만일 것들이 살아서 내게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문명이 주는 편리함을 선뜻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게 솔직한 고백이다. 아직은 불편함이 많지만,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것들을 돌려받을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아니, 고달픈 현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내리는 서민들 모습을 보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작은 기쁨 중의 하나다.

사실 요즘 서민들 생활은 말이 아니다. 최저 생계비가 증액되어도 시원찮을 판에 무진장 깎여나갈 판이라 하고, 소위 땅부자들을 위한 종부세 감면도 그대로 시행 된다 하니,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디 그 뿐인가. 촛불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장애자 부부의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실제 농사짓는 사람이 받아야 할 쌀 직불금을 도중에서 가로챈 소식들은 참담한 마음까지 들게 만든다.

지난주에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국회의원들 의정비 10%를 자진 반납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고 호소 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았다. 누구 하나 호응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란 말인가? 하고 생각하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도 자기 재산을 사회에 모두 기부하겠다고 단단히 약속을 했건만, 아직 그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혹시?’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임기가 아직 4년 남았으니 거기에 한가닥 희망을 걸어 본다.

이런 가운데 우리지역 시의원 활동비가 인근 도시에 비해 턱없이 적게 삭감돼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19.3% 정도 삭감했는 데, 썩 만족할 만한 액수는 아니다. 물론, 시정일을 하다 보면 지출할 돈이 어디 한 두 푼이겠는가. 허나, 반드시 줄여도 될 것을 줄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지탄받아 마땅하다.

지금은 개인이나 단체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런 시기에 시의원들까지 자기 잇속만 챙긴다면 어디에서 희망을 찾겠는가. 살신성인까지는 요구하지 않겠지만, 당장 줄여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돈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시민을 위한 일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오늘도 첫버스를 기다리면서 추위에 떨고 있는 시민들을 보고 있다.

홍봉기 기자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