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수 하늘씨앗교회 목사

경제가 어렵다고 하나같이 난리들이다.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은 가히 세계적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외국 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할 것이다. 필자도 미국에서 20여년 넘게 살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현재 세계 60억 인구 중 1년 연봉이 3000만 원을 넘는 사람들이 고작 전 세계 인구의 6%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를 보면 스스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는 그동안 우리가 너무 잘 살았기 때문에 잠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삶의 시각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문화적인 관점으로 조금만 바꾸꿔도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런 취지하에 필자가 시무하고 있는 교회는 해마다 가을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필자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기독교 선교가 이뤄지면서 우리의 것을 미신으로 천시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음악회에서는 우리 소리를 배우고 듣는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는 의미에서, 소리꾼을 직접 초대해서 신명나는 잔치판을 벌렸다. 2003년 11월에 우리의 판소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을 생각하면 만시지탄감도 없잖아 있지만, 마음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사실 매주 마다 종교행사랍시고 참석하는 성도들을 볼 때는 짠한 마음이 들 때가 너무 많다. 일 주일 내내 뼈빠지게 일하고 일요일 하루 쉬는데, 그나마 교회에 나와서 봉사를 하고 예배를 드린다고 하니, 어찌 가슴이 아프지 않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명색이 목사지만, 오후 예배를 드리지 않고 있다. 하루 종일 교회에서 보낸다면 가족하고는 언제 오붓한 시간을 가질 것이며 또 육체적인 피로는 어떻게 풀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적어도 종교가 인간을 억압하거나 혹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삶을 볼모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신앙관이다. 그래서 세상에 시달린 성도들에게 조그마한 위로라도 주기 위해 그렇게 음악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공자님도 말씀하시기를 흥어시(興於詩)하고 입어례(立於禮)하며 성어락(成於樂)이라고 했다. 시로써 흥이 나고 예로써 바르게 서며 음악으로 완성된다는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처럼 풍류를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전세계에서 이렇게 노래방이 많은 민족은 우리 밖에 없다고 하는 사실만 보아도 우리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고 즐겨하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음악에 대한 편견과 편식이다.

음악(樂)도 잘 들으면 약(藥)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음악도 너무 많기 때문에 선별해서 듣는 훈련도 필요하다. 영혼의 오염은 음악을 통해서도 침투하기 때문에 각별히 선별하는 능력이 요구 되고 있다. 어쨌거나 아름다운 음악 한 곡은 열 첩의 보약보다 나을 때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요즘은 뮤직 테라피(음악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점점 더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이런 때,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 놓고 지나간 시간을 회고해 보는 것도 멋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자, 가만 귀를 기울이고 들어보라. 뜰 앞에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니(庭前一葉落) 책상 아래에서 온갖 벌레가 슬피 우는(百蟲床下悲) 소리를.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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