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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샘섬띠 최현배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4.06.1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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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집 예쁜 고양이 애기에게 아침인사를 건넨 후 날마다 전파를 타고 까톡하며 날아오는 카톡 엽서를 열어본다. 작은 엽서속엔 길가의 샛노란 민들레들이 따스한 6월의 햇살을 머금고는 느긋한 미소로 등을 토닥이며 지나가는 바람에 살며시 인사를 하고, 저 멀리 골목 어귀 울타리에는 빠알간 장미 넝쿨이 어느새 지나버린 5월의 풍성한 꽃망울을 아쉬워하며 애써 웃어 보인다. 그리고 그 옆 담장에는 수려한 필체의 따스한 인사가 앉아 있다.

오늘도

이 넓은 세상에

네가 있어

내가 웃을 수 있으니

내 맘에

항상 피어 있는 꽃

어느 한날도 빠지지 않고 날아오는 카톡엽서는 우리샘께서 보내신다. 내게는 두분의 우리샘이 계시는데 한분은 중2 때 담임 선생님, 한분은 고2 때 담임 선생님이시다. 우리샘은 고2때의 담임 선생님이시고 체육샘 이셨다. 체육샘이시니 당연히 운동을 잘하셨는데 좀 더 잘하셨으면 우리랑 인연이 없었을 뻔하였다. 이유인즉 우리샘은 ○○대학교 축구부 출신이시다.

아마 좀 더 잘하셨으면 프로로 가셨을 텐데 사립고 체육샘으로 은퇴하신 듯하다. 차범근 선수 또래이시다. 그래서 우리랑 사제의 인연이 닿았고 샘께서 가르치시고 담임하셨던 학생들에게는 정말로 좋은 선생님이셨다. 공은 당연히 잘 차셨고 학생 때는 전국체전 전남 농구대표로도 뛰셨다 한다. 운동은 멀티이신가 보다.

어느 동창이 ''느그 샘은 운동을 겁나게 잘해'' 라고 말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샘의 멎진 운동모습을 본적이 없고 운동에 관한 추억도 없다. 아마 봤을 텐데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날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가 개발에 몸치라서 그럴게다. 그저 운동 잘하는 이들을 부러워하였고 멋지다 생각할 뿐이었다.

졸업을 하고 군에 있을때 한 번 뵙고는 40여년 만에 찾아뵈었다. 그새 많이 연로해 지셨고 많이 편찮으셨다. 항암치료를 받고 계신다. 위암수술은 2번, 간암 수술은 1번하셨다. 이유인 즉 술을 많이 드셨다 하신다. 운동선수에 체육샘이시면 누구보다 건강한 노년으로 마라톤 풀코스도 뛰실만한데 말이다. 몸이 편찮으시니 많이 수척하셨다. 그러고 보면 우리샘은 술을 좋아하셨다. 좋으면 막걸리 한잔, 뭔가 언짢아도 막걸리 한잔하셨다 한다. 사모님께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을게다. ''저 양반이 저리 술을 많이 마셔도 심성이 너무 좋은 사람이니 내가 살지''하셨을 듯 하다.

그렇다. 우리샘은 정말 운동선수 답지 않게 마음이 따뜻하고 말도 점잔케 하셨다. 모교는 축구육성학교인데 알다시피 그 쪽에는 군대보다 엄격한 선후배관계에 구타가 있고 예전에는 당연시되었다. 축구감독샘이 정샘이신데 말씀하시길 ''정선생은 어찌그리 애기들을 잘 때린다냐. 나도 축구를 했지만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그러시며 또 말씀하시길 ''선수시절 선배들한테 얼마나 맞았는지 !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내가 4학년 되고서는 절대로 못 때리게 했다. 그뒤로 그런게 없어졌지.'' 하셨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나야 순둥이라서 샘의 레이더 밖이었지만 좀 깡랑대는 애들도 샘에게 맞는 것을 못 봤다. 항상 공부가 싫다고, 학교가 별로라고 무단 결석하는 애들을 챙기시기 바쁘셨고 다둑거려 주셨다.. 오히려 샘께서 담임하셨던 반애들 중 한명에게 한 대 맞았다 하신다. 샘께서 운동선수 출신이기에 아무리 깔랑치는 애들에게도 맞겠냐마는 거기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말했듯이 술을 좋아하신 샘께서는 간혹 술 한잔 하시고는 야자시간에 오셔서 18번 노래인 김창완의 ''청춘''을 부르자고 하시기도 하셨다.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정말로 노래처럼 어느새 40여년이 흘러 30대 이셨던 샘께서는 70대가 되셨고 우리는 중년의 학부모가 되었다.

노래를 하시고는 걱정어린 잔소리를 조금하시고는 깔랑치는 애들 두세명의 반창(班窓)들도 걱정해 주셨다. 샘을 때렸다는 애는 아마 한참 후배였을 것같다

그날도 술이 한잔 되어 어디론가 향하셨다. 출석하시던 교회였다. 가끔 술이 조금 되시어 밤늦게 교회를 가셨나 보다. 아무도 없는듯 불은 꺼져 있었다. 그날도 교회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얼굴로 웬 주먹이 날아왔다. 퍽 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하는데 화가 나기보다는 뭔가 찜찜한 게 있었다. 퍽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하여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하고 생각해보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날린 그 주먹이 다름아닌 담임반 학생인듯 하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친구는 술이 떡이 되어 교회에 와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니 도둑이나 노숙자가 오는가보다 하고 주먹을 날렸을 게다. 그러고는 문을 ''쾅 !'' 하고 닫았다. 깜깜한 밤중에 술이 떡이 되어 있었으니 누군지도 모랐을 게다. 하는 수 없이 샘께서는 집으로 가셨고 뒷날 학교에 출근하니 그 친구는 결석이었다. 확실 한 것이다.

아마 술이 떡이 되어 교회에서 자다가 집에서 자고 있었을 게다. 그 뒤 샘과 그 친구가 서로 어떤 해명을 하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마음씨 착한 샘께서 제자에게 맞았다고 하셨다. 아마도 그게 그만 술 좀 마시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아니었을까?

샘반으로 고2를 보내고 고3이 되었다. 입학때는 앞으로 들어왔지만 2년을 방황하는 바람에 수포자가되어 수학은 찍었고 영어는 근근히 절반을 풀었다. 담임샘은 수학담당이셨고 우리샘께서는 ○○여고로 전근가셨다. 모교인 ○○고는 기독사학재단이었고 ○○여고는 울타리 같은 경계도 없이 백살이 넘는 떡깔나무가 등굣길을 가르는 바로 옆이었다. 고2때 같은 반이었던 반창도 열댓명 넘게 다시 같은 반이 되었을 터다.

그런데 샘께서 그렇게도 도망가면 잡아와서 어르고 달래서 3학년으로 올려놓은 반창중의 두명정도가 3학년이 되어 짤렸다. 고3 담임샘이 짤랐다. 수학담당이라 그런지 샘과는 반대로 잔정이 없고 사무적이었다. 그러니 무단 결석 며칠에 사고 몇 번 치면 교칙대로 처리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마 그 반창이 재수생인데 일진에 끼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셨다.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는데 샘께서 빵에 갔을 때도 면회도 가고 편지도 여러 통 보내셨다 하셨다. 그 뒤 십여년이 넘도록 챙겨주셨는데 어느 때부터는 연락이 안 되더니 일본 조폭과도 연결된 듯 하다며 안타까워 하셨던 모습이 생생하다.

고3 담임이 반창 2명을 짤랐다는 말을 들으시고는 그날 밤에 그샘 집으로 찾아가셨다. 화가 잔뜩 나셨던 것이다. 고3 담임샘이 우리샘보다는 후배이기에 ''네가 우리 애들을 잘랐냐? 내가 그렇게 얼르고 달개서 겨우 올려 났더니 그깟 결석 며칠 했다고 짤랐어 야 ! 조금만 더 기다려 줬으면 됐는데 !'' 라고 울면서 호통치셨다 하셨다

얼마나 안타까워 하셨는지는 샘의 성품으로 보면 충분히 짐작이 간다. 샘께서는 중요과목으로 여기고 있는 국ㆍ영ㆍ수를 가르치지는 않으셨지만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학생들에게 필요한지를 잘 아셨다. 학생이 학교에서 배워할 것은 국영수 등의 지식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성인이 되어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건전한 인성과 가치관의 형성인 것이다.

''현배야! 신규가 배를 타는데 가끔 지나가다 고기를 잡았다고 들려서 넣어 주고 간다'' 하시며 흐뭇해 하셨다. 신규라고 나는 전혀 모르는 애다.

''선생님! 신규가 누군지 저는 모르는데요.'' 라고 말씀드리니 ''아! 느그는 잘 모르겠다 이. 그렇지! 신규가 2학년 되고 한달 만에 자퇴했어. 그러니 모르겠네.'' 1년을 담임했던 우리를 40여년이 지났어도 기억하시는 것이 감사할 뿐인데 한달 담임하셨던 애를 챙겨 주셔서 여지것 사제의 관계를 이어오신 것에 놀랄 따름이다

가끔 뉴스에서 어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나 교사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접할때 우리 교육의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씁쓸하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샘이 떠오른다. ''현배야! 잘 살았냐?''고 40여년이 지나서 전화 드렸을 때 내게 말씀하신 그 목소리가 여전히 잔잔한 여운으로 귓가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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