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재아의(曲在我矣)’라는 고사가 있다. 흔하게 쓰는 고사는 아니지만 요즘 같은 선거철에 한번쯤 되새겨 봐도 좋을 듯 싶어 소환해 본다. ‘굽은 것이 내게 있다’는 뜻인데 한마디로 말해 잘못이 자기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 반대 의미로 ‘곡재피의(曲在彼矣)’도 있다. 뜻 그대로 ‘남에게 잘못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지 의문이다. 이런 글을 쓰는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항상 나의 잘못보다는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도 남의 눈에 박혀 있는 티는 잘도 보면서 자신의 눈에 들어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개탄한 이유다. 사실이 또 그렇다. 이상하게도 남의 허물은 크게 보인다. 특히 기자랍시고 여기저기 취재를 다니는 자신의 모습만 봐도 그렇다. 기자란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취재해 보도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종종 ‘취재’가 아닌 ‘취조’를 하는 기자들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곡재아의라는 고사를 들려주고 싶어 목구멍이 근질거릴 때가 있다. 특히 정치판은 곡재피의가 판을 치고 있다. 모든 잘못은 늘 상대방에게 있지 우리게 없다는 식이다. 그래서 만나기만 하면 핏대를 세우며 서로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해석은 반대로 한다. 문제는 반대를 위한 억지 반대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상대방 제안이 옳다는 사실을 마음으로는 인정하면서도 겉으로는 반대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어쩌면 이게 사람의 기본 속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과의 관계나 정치가 이런 대결구도로만 흘러갈 때는 늘 피상적인 관계 수준을 넘지 못하고 국민들의 피로는 더 심해지면서 정치를 더욱 혐오하게 만드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어쩌면 그들이 바라는 것도 그런 것인 줄 모르겠지만, 하여튼 개인이든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한 번쯤은 곡재아의라는 고사성어를 깊이 생각해 보는 그런 자성의 시간을 가졌으면 싶다.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수용할 때 마음과 생각도 동시에 성장하고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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