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기요금과 이자비용을 지원한다. 또 영업을 저해하는 규제 걸림돌을 해소하고 대·중소·소상공인 등이 모두 상생협력할 수 있는 기업환경 조성에 나선다. 정부는 최근 ‘함께 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맛나는 민생경제’를 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민생경제 실현 3대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3대 추진전략은 ▲함께 줄이는 부담 ▲함께 만드는 환경 ▲함께 키우는 미래 등 세 가지 세부 주제로 구성됐으며 세금 부담 완화, 전기요금 지원, 이자 부담 경감, 재래시장 지원, 스타트업·벤처기업 지원, 1160여 가지 생활규제 전수조사 같은 종합 대책이 담겼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고물가·고금리로 늘어난 이자·세금·공과금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국가 경제의 허리이자 버팀목”이라며 “코로나19 시절 영업시간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통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재기를 위해 정부가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우선 정부는 전기요금·이자비용 지원, 전통시장 활력 회복, 폐업 위기 안전망 확충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먼저 연매출 3000만 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 126만 명을 대상으로 최대 20만 원의 전기요금을 특별 지원하며 3월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냉난방기·냉장고 등을 고효율 기기로 구매·교체하는 비용을 40%까지 지원한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중소금융권에 납부한 이자를 최대 150만 원까지 돌려주는 이자 환급도 3월 29일부터 지원한다. 은행권 이자 환급(최대 300만 원)은 2월 5일부터 이미 진행 중이다. 7% 이상 고금리 상품을 이용 중인 중·저신용 소상공인이 4.5%의 저금리 상품(최대 10년 장기 분할 상환)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은 지난달 2월 26일부터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지역신용보증에 대한 은행 법정출연요율을 기존 0.04%에서 0.07%로 높여 올 하반기에 소상공인 3만 2000명에게 1조 원 규모로 신규 보증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아울러 취약 소상공인 11만 명에게는 3조 7000억 원 규모로 정책자금을 공급한다. 정부는 영세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부가세 간이과세자 기준도 연매출 1억 400만 원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기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은 연매출 8000만 원 미만이다. 이를 통해 14만 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활력 회복을 위해 올해 온누리상품권을 2023년보다 1조 원 늘린 5조 원 규모로 발행한다. 상인들이 해외 우수 전통시장을 벤치마킹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연 30개 팀을 선발해 해외 우수시장을 탐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지역상권 재건 사업에는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한다. 급증하고 있는 폐업 부담과 관련해선 소상공인 4만 명에게 자영업자 고용보험료를 최대 80%까지 지원하고 신청 절차를 간소화해 경영 위기에 대비하는 자영업자들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 폐업 시 자영업자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납부하는 자영업자 고용보험료(기존 최대 50%)를 정부가 최대 80%까지 지원하고 고용보험 가입과 보험료 지원을 원스톱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상반기 중 고용보험 가입 시스템을 개편할 예정이다.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공제’의 공제금은 폐업·사망뿐만 아니라 회생·파산 등의 경우에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소상공인 부담 완화 위해 불합리 규제 해소

정부는 선량한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법령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위·변조된 신분증으로 나이를 속여 술·담배를 구매한 청소년 때문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련 3법(청소년보호법·식품위생법·담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업주가 신분증을 확인한 사실이나 폭행·협박을 받은 사실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통해 확인된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한다. 과도한 현행 영업정지 기준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

인력난 해소를 위한 외국인력 도입 계획도 내놨다. 중소기업과 인도·베트남 해외 소프트웨어(SW) 인력 간 연계를 추진하고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를 확대해 올해 16만 5000명의 외국 인력을 기존 제조업과 함께 음식점업, 호텔·콘도업에도 시범적으로 유입시켜 나갈 예정이다. 또한 혁신 스타트업의 기술보호를 위해 ‘핵심기술 모방 경보 서비스’를 신설해 사전예방을 강화하고 배상책임은 최대 다섯 배까지 상향 조정한다.

공정거래분쟁조정법을 제정해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실효적 권리 구제를 지원하고 하도급법 위반으로 시정조치가 완료된 사건도 분쟁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한다. 납품대금 연동제의 현장 안착을 통해 대·중소기업의 공정거래 확립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납품대급 연동제 약정 체결 지원 대상을 2023년 50곳에서 올해 1000곳으로 대폭 확대한다. 연동제 교육·컨설팅을 전담할 연동지원본부를 상반기에 추가 지정하며 ‘연동제 특별 직권조사’를 하반기에 실시해 탈법행위도 엄단할 계획이다. 한편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간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골목상권 상생협력 지표를 신설한다.

스타트업·벤처기업 세계화 지원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세계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나왔다. 올해 모태펀드 출자액 1조 6000억 원 전액을 1분기에 신속하게 출자해 벤처투자 성장동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금융권·대기업 등 민간이 주도해 출자하는 스타트업코리아펀드에 모태펀드가 공동출자 한다. 글로벌펀드 1조 원 이상을 조성, 해외 벤처캐피털(VC) 연결 프로그램 신설 등으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해외투자 유치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대기업 상생협력기금의 벤처펀드 출자 허용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해외투자 규제 완화 등을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한국인이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우리 경제에 기여한 국외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개정한 ‘창업지원법’은 올 8월 중 시행된다. 글로벌 기업, 전세계 청년 및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인 한국형 글로벌 창업허브도 조성된다. 정부는 프랑스 파리의 ‘스테이션 에프(Station-F)’와 같은 청년 창업허브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과 전 세계 청년 및 투자자들이 교류하는 청년 창업 공간인 ‘한국형 스테이션-F’는 올해 설계에 들어간다.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해 삼성전자 등 국내외 선도기업들과 글로벌 협업 프로그램도 확대 추진한다. 정부는 민간과 함께 2만 5000개 제조 중소기업에 맞춤형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디지털 전환의 성공적 현장 안착을 위한 ‘기술 공급기업 역량 강화방안’도 하반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중립 관련 온실가스 감축 인프라 전용 사업은 올해 24억 1000만 원 규모로 지원한다. 이밖에 12대 국가전략기술과 탄소중립 핵심기술 등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개발(R&D)을 집중 지원하고 글로벌 기술협력이 가능하도록 미국 보스턴 소재 혁신 클러스터인 켄달스퀘어에 구축한 글로벌 R&D 협력 거점도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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