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의 계절이다. 올해의 축제는 평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빠른 3월 8일부터 시작했으며,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광양매화 K문화를 담다”라고 정했다. 꽃 축제의 일반적인 애로사항이 정확한 개화시기를 예측해야 하는 일이다. 어떤 해에는 잘못 예측하여 꽃없는 꽃축제가 되고만 때도 있었다.

금년은 축제 기간이 개화 시기와 맞추어질까? 개화시기를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방법은 유효적산온도(有效積算溫度)에 의한다. 매화의 경우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12월 1일부터 영상(零上)의 평균기온의 합(合)이 700°C가 되는 시기를 개화시기로 진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현지에서는 놀랍게도 농가들의 경험적 진단으로 행사 한달전에 개화시기를 예단(豫斷)하고 있다. 대단한 일이다. 필자도 9년 전쯤에 매화축제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진행해본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쉬운점 두가지와 시민들께 꼭 소개해 두고자 하는 특별한 사항이 하나 있다.

아쉬웠던 것은 원활한 교통의 흐름을 이루지 못한 점과 축제 유발(誘發) 경제의 역외 유출을 줄이지 못함이 그것이었다. 같은 시기에 관광객을 서쪽 중심지로 유인할 수 있는 볼거리는 우리시에는 없었다. 작년 하동군의 차축제를 가보니 그 해답을 볼 수 있었다. 축제를 두 군데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1축제장은 종전과 같이 화개면에 있었고 2축제장은 하동읍에 개설하여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었다.

매화축제의 경우라면 제2축제장을 망덕이나 구봉산 또는 도립미술관 주변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사항이라 한 것은 매화를 단순한 절개, 정절, 고매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이 아니라, 종교적 상징으로 승화시켜 민간신앙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장흥 보림사에는 법당뒤 매화당에 수호가람 매화보살(守護伽藍 梅花菩薩)이 모셔져 있다. 이 매화보살을 우리시 옥룡면 동곡리에 있는 백운사(白雲寺)로 모셔 온 것이다. 어느 절이나 법당 뒤에는 가람신(伽藍神)을 모시는 신각(神閣)이 있다.

가람이라는 말은 강(江)이라는 뜻도 있지만, 절에서는 법당을 포함한 모든 시설물을 뜻하고 가람신은 풍수해와 화재 등의 재해로부터 절을 지켜주는 신을 말하며, 대부분은 절이 소재하는 산의 산신(山神)을 모시고 있다. 그런 까닭에 산신각이라는 집이름을 갖고 있다. 백운사도 이미 백운산신을 가람신으로 모시고 있었지만, 매실의 본고장에 맞게 주지스님과 의논하여 제사(祭祀)를 올려 산신께 고하고 매화보살을 모셔오게 된 것이다.

매화보살은 지리산 제일봉에 사는 성모천왕의 딸 선아(仙娥)라 한다. 매화보살의 진영(眞影)은 매화 병풍을 배경으로 머리에 화관을 쓰고 법의를 걸친 가부좌(跏趺坐)상으로 되어있다. 양손에 연꽃을 대각선으로 들었고 매화꽃 공양을 하는 동자가 있는 조선시대 불화 양식의 그림이다. 매화보살 진영앞에는 꽃이 핀 매화나무 가지가 화병에 꽃혀있다. 보림사의 매화보살이 단순한 가람신이라면, 백운사의 매화보살은 가람수호와 함께 안전한 매화축제와 매실의 풍년 농사를 지켜주는 농신(農神)으로 우리에게 왔다. 축제시작 전에 문화원 회원들과 함께 매화보살을 찾아 성공적인 축제와 풍년을 기원하는 절차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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