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6일 국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윤모 의원이 산림청의 우리나라 임도밀도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는 보고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오히려 우리가 임도밀도가 더 높다는 발언이 있었고, 그 논란은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임도는 임산물을 운반하고 산림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숲길을 말하는데, 유럽에서는 산림행정의 평가 기준이 되어 왔다. 

즉 임도의 개설량과 관리 상태가 성적평가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산림청의 임도밀도 보고내용을 보면 미국은 9.5m/ha, 일본 23.5m/ha에 비해 우리나라는 3.97m/ha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윤의원의 의견은 이들나라는 산림당국이 개설한 임도와 차량의 진출입이 가능한 국도, 지방도, 농도, 작업로까지 포함한 숫자로 임도는 오히려 우리보다 못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지적은 단순히 보고서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임도의 추가 개설이 필요치 않다는 저의를 내포(內包)하고 있다. 임업계가 불쾌한 혼돈에 빠져든 것 같다. 환경운동을 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임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여 산불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다.

윤의원의 이력으로 보았을 때 이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 사람에게 2~30년 이상 산림 분야에 종사한 고위직 공무원들이 곤욕을 치렀다. 그날 산림청은 임도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사업비의 무난한 확보를 위해 그 통계를 인용했으리라 본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그동안 열심히 한 조림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숲이 우거졌다. 

그러나 큰 나무가 되었으나 쓸만한 목재는 별로 없다. 무육간벌(撫育間伐)등 숲 가꾸기가 뒤따라야 산소의 배출량도 늘고 좋은 목재도 기대할 수가 있지만, 간벌도 반대 여론에 영향을 받고 있다. 산불이 났을 때 인력과 지상 소화 장비의 현장 접근은 임도가 있을 때 가장 빠르게 이루어졌다. 더욱 중요한 가치는 진화 후 복구작업을 할 때이다. 조림에 필요한 묘목이나, 비료 등 자재의 운반에 더없이 편리하게 이용되어 신속한 복구를 할 수 있다. 1990년도 후반에 구봉산이 방화에 의한 산불로 40% 정도 면적이 소실된 일이 있다. 컨테이너부두 배후 경관이 헐벗은 황토색 몰골이 드러나 모두가 걱정이 되었다.

산림분야 공무원들은 임도 개설과 조림을 동시에 하자고 건의하여 만든 임도가 벙대미골(제철로)에서 배나무재까지의 구봉산 임도다. 임도 덕분에 계획한 조림사업이 기한 내 이루어지고 나무 가꾸는 일도 무난히 추진되어 지금은 산불 이전보다 좋은 숲이 되었다. 뿐만아니라 시민들의 힐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임도가 산불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본다.

그러나 산은 식생이 있는 부위보다 표토를 건들어 속살이 드러나면 산사태가 나기 쉽다. 산을 훼손하고 만드는 임도는 그런 위험에 상당기간 노출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흙은 단단해지고 식생이 번져가면서 위험은 차츰 줄어든다. 이런 위험이 있음에도 임도를 개설하는 것은 그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소문에 의하면 우리시의 백운산도 일부 시민들의 반대로 2022년 이후 정부에서 지원받은 신규 임도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100년 뒤를 생각한다면 지금 약간의 문제가 있더라도 만들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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