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생일부터 기입하고 부모님 기일도 체크하고, 그리고 거기서 항상 멈춘다. 뭔가를 자꾸 더 써 두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다. 바로 알아차렸겠지만 새 달력에 메모하는 내 모습이다. 잊지 않고 수어를 배워보고 싶었던 신년 계획을 떠올렸다. 교육기관을 검색하던 중에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일이 2016년 2월 3일이라 뜬 내용을 봤다. 작년 이맘때 뉴스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이다. 2020년 12월에 법정기념일이 되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게 뭐라고 바로 달력에 메모를 해두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질서에 해당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어찌 되었건 누군가의 수고로 법은 개정이 되었고 법정기념일로도 되었다는 거니까. 나는 그런 체계가 잡혀가는 수순이 참 좋다. 발전하는 모습들이 좋다.

몇 년 전 어느 농인과의 필담으로 노트를 세 권이나 썼던 기억이 있다. 맘이 급한 설명은 글씨체가 커졌었고 품사에서 조사는 거의 생략했다. 그 뒤로 농인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증폭되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인터넷 어느 매체에서 수어노래 공연 댓글을 봤다. 본인이 농인인데 우리는 아무도 무대 위의 저 동작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글들도 있나 싶어서 쭈욱 내려 보니 유사한 글이 상당히 많았다. 다행한 것은 참 정중했다. 그러니 무분별한 수어노래만큼은 지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각의 기관단체나 종교단체 등에서 행하는 크고 작은 행사에서 수어로 노래를 하면서 장애인과의 소통을 꾀하며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모습을 종종 봐왔었다.

그러나 농인들을 위한 자리임에도 정작 농인들은 무대에서의 수어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았고 마음만으로도 감사하니 어렵게 외워 준비한 무대에 토 달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은가. 정확한 개념이 반드시 전달 된 뒤에 무대에 서게 해야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농인이든 청인이든 무대 위의 그 언어가 누구의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면 조롱과 다를 게 뭐란 말인가.

수어는 문법 체계가 완전히 다른 한국수어만의 독립적 체계구성의 언어다. 손과 손가락의 모양, 손바닥의 방향, 손의 위치, 손의 움직임 등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며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어떤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비수지기호’ 라 하는데 감정, 태도, 강약 등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디어 매체에서 중요한 보도를 내보낼 때는 장애인통역이 의무화 된 지도 오래다. 관심 있게 봤다면 그들이 코로나시국에도 마스크를 절대 착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반드시 표정으로 전달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비농인이 어쭙잖은 표정으로 무대를 선다는 것은 발음이 샌다거나 악센트가 터무니없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그런 행사는 아무런 감흥도 없고 의미도 없다. 이제는 그런 보여 주기식의 행사용 수어동작을 흉내나 내는 짓은 그만해야 한다. 노래만큼은 정말 잘 전달할 수 있을 만큼 준비해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좋으나 단체로 밉보이는 일은 제발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두고두고 함께 할 수 있는 제2언어로 대체하기를 권한다.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보면 좋겠다. 엄숙해야할 장소에서 가장 필요한 언어 방식이지 않은가. 개정된 지 4년째가 되었으니 구글이나 네이버정도에서는 캘린더 앱에 ‘한국수어의 날’ 이라고 앞 다퉈 써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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