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 다수의 사람들이 논하는 대화 주제 중에 가장 많은 주제를 꼽는다면 아마 행복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행복지수는 왜 낮은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연구를 통해 ‘짜증’ 이란 단어가 ‘아빠’와 상사, 인간관계와 연관되어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우리는 늘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를 업무나 비즈니스적 마인드로 처리하는데 익숙해졌을 뿐, 어떻게 가족들, 구성원과 충만한 인격적 관계를 맛들이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공유할지에 대해서는 소홀히 여기는 것이 아닐까? 

초고도화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디지털 시간 체제에 빠져 살아간다. 업무는 인터넷과 온라인, 각종 스마트 엡을 통해서 편리하게 처리되기도 하지만, 수치화된 모든 기록과 비교 평가를 통해서 더욱더 단선적인 관점에 빠져들기도 한다. 분기마다 돌아오는 ‘매출, 성장, 기업가치, 주식 평가’는 기업인들에게 ‘경쟁‘에 대한 강박을 주고 그들의 시간관념을 좁게 만들곤 한다. 이렇듯 단선적이고 연대기적으로 흐르는 양적 시간을 고대 히랍인들은 ‘크로노스’라고 불렀다. 그런데 우리는 누구라도 나만의 행복했던 때,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시간, 내 영혼에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곤 할 텐데 이처럼 질적으로 특별한 시간은 ‘카이로스’ 라고 불렀다. 카이로스는 히랍문화에서는 ‘특별한 때와 기회’를 지칭했지만, 그리스도교 문화에서는 인간이 신(God)과 만나는 궁극적 지평에서의 충만함을 의미한다.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에, 직장인들은 뭔가 생산성 있는 일을 찾고자 고심하기도 한다. 퇴직이나 이직에 대한 걱정과 함께 뭔가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에 대한 관심은 크로노스적 강박에 이끌릴 때 관계 속의 충만감, 즉 카이로스와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새로운 혁신과 창의적인 발견은 크로노스의 강박적 지배 속에서의 걱정과 불안이 아니라 자율적인 헌신과 깊은 몰입 안에서 샘솟는 카이로스적인 체험과 더 깊이 맞닿아 있다. 어떻게 그 시간을 되찾아 함께 나갈 수 있을까?

이스털린의 역설이 알려주듯이, 경제적 수입과 물질적 소유가 늘어나면 행복이 어느 정도 높아질 수 있지만 계속해서 증가하지는 못한다. 기본적인 생존과 안정적인 삶은 물질적, 경제적, 제도적 차원에서의 행복 추구에 필수적이지만, 지배와 복종, 경쟁과 비교 등에 시달리며 얻게 되는 관계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임금 인상만으로 해소될 수는 없다. 오늘날 행복, 삶의 질에 관한 연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현상은 바로 바로 여기에 이유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의 목적을 ‘Eudaimonia’, 참된 자기를 찾고 실현할 수 있는 충만함으로 규정하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가정, 기업, 국가, 인류사회에서 양적 숫자 이상으로 관계의 질이 우선되는 성장과 충만한 관계에서 행복이 절실히 필요하다.

행복에 관하여 긍정심리학에서는 즐거움, 몰입, 의미 세 갈래 길을 제시한다. 분명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런데 즐거움에 대한 과도한 탐닉은 절제를 못할 때 술, 담배, 업무, 사랑, 갑질 등의 중독에 빠질 수 있고, 삼매경에 빠져드는 몰입감은 스트레스가 유발되는 환경을 잠시 잊게 해 줄 수 있지만, 비사회적인 오타쿠를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자기만의 진정성을 찾지 못하면 넘치는 정보와 지식은 내게 ‘의미와 가치’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행복의 비결은 바로 자기의 삶에 대한 진정성과 밸런스를 찾는 데 있다. 진정성은 전통과 도덕과 같은 외적압력이나 그때그때 바람 불면 변덕스러워지는 감정에 달려있지 않고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열망을 찾는 과정’ 에서 그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꿈은 무엇인가? 내 안의 진정성을 찾아야 내 삶에 행복이 깃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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