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에게는 자로(子路)라는 제자가 있었다. 그는 성정이 활달하고 격정이 넘쳤다.  용맹 과감하고 무(武)를 좋아하는 호쾌한 선비였다. 그가 하루는 비파를 켜고 있었다. 그 음색은 그의 성격 그대로 호쾌하고 웅장했다. 그것을 들은 공자가 불만스러운 듯이 자로에게 말했다. “그런 솜씨로는 나의 제자라고 할 수 없다.” 공자가 보기에 그의 연주는 인(仁)과 중용(中庸)에 어긋났던 것이다. 

그러한 공자의 비판을 들은 제자들은 그 후로 자로를 존경하지 않게 되었다. 자로가 자랑하는 무용(武勇)은 공문(孔門)에 있어서는 오히려 경멸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러자 공자는 제자들을 타이르고 자로를 변호하여 말하기를 “자로의 솜씨는 이미 당에 올라 있다(升堂). 다만, 아직 실에 들어가(入室) 있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니 내가 자로에게 한 지적을 오해하면 안 된다“ 고 설명했다. 

공자는 자로에게 면박을 주기 위해 한 말은 아니었다. ‘당’의 수준을 넘어 ‘실’의 수준까지 도달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제자들이 이런 공자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해 잠깐 오해를 했던 것. 그리고 그런 높은 경지에 도달했을 때를 일러 升堂入室(승당입실)이라고 하는데, 이런 경지에 다다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이 어떤 일에 있어서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적당한 매너리즘에 빠진 채 선생 노릇하면서 살아갈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거기서 한발만 더 나아가면 진일보할 수 있는데 그 수준에서  스스로 만족하고 마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능력을 펼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나 역시 지금 당(堂)에 만족한 채 실(室)의 경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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