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애살수(懸崖撒手)라는 고사가 있다. 흔하게 쓰이는 고사는 아니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직역을 하면 “벼랑에 매달려 잡고 있는 손을 놓는다”는 뜻으로, 손을 놓으면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손을 놓는 용기나, 결단을 말할 때 인용하곤 한다. 

이 고사성어는 송(宋)나라 야부도천(冶父道川) 선사의 게송(偈頌)에 나오는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뭇가지 잡는 것쯤 기이할 것 없으니/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대장부로다/물은 차고 밤도 싸늘하여 고기 찾기 어려우니/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도다’ 백범 김구 선생님도 거사를 앞둔 윤봉길 의사에게 위의 선시를 인용해 내려놓음의 결단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한국 선가(禪家)에 내려오는 3단계 공부 방법이 있다. 처음 10년은 경전(經典) 공부요, 그다음 10년은 여행 즉 ‘만행’(萬行)이며, 마지막 10년은 참선(參禪) 공부다. 그렇게 할 때 자신이 매달려 있는 아집을 내려 놓을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자신이 지금 절벽에 매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한 절대로 나뭇가지를 놓지 않을 것이다. 놓는 순간 죽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알아야 할 점은 자신이 매달려 있는 지점이 지상에서 1m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런데도 놓지 못하는 것은 아래를 내려보지 않고 위만 올려다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진정한 스승은 손등을 내리친다. 그렇게 맞아야 손을 놓기 때문이다. ‘망설이는 호랑이는 벌보다 못하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司馬遷)이 한 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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