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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현풍 곽씨 집안의 한 사람이 결혼을 했는데 새로 맞이한 여자의 행실이 몹시 단정치 못하고 고약했다. 시부모한테는 함부로 대들고 의복도 단정치 않으며 언행도 전혀 공손치가 않아 제멋대로였다. 그래서 남편이라는 사람이 지금은 절대 해서는 안 되지만 그 당시에는 부인의 버릇을 고친다고 몽둥이로 때리고 광속에 며칠이고 가두어 두기도 하는 등 별별 수단을 다 써보았다. 그런데도 그 부인의 고약한 행실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양반집에서 그 부인을 함부로 내쫒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곽씨가 맹자를 펴놓고 읽다가 다음 귀절을 보고 한참을 머물면서 생각에 잠겼다. “사람의 본성은 본래 악한 것이 없이 착하다. 악한이고 착한이고 간에 누구든지 그 본성은 다 착하여 모두 요순과 같다.(孟子道 性善 言必 稱堯舜)” ‘지금까지 마누라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나쁘다고 때리고 구박하고 학대를 많이 했는데 그게 아니로구나. 본래 마누라도 요순과 같이 착하고 어진 사람인데 내가 잘못 알고 너무 못된 짓을 했구나.
앞으로는 그 어떤 아닌 행동을 하더라도 마누라를 참으로 존경하고 사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새로운 다짐을 철석같이 하였다. 다음 날이 밝아지자 곽씨는 옷을 갖추어 입고 갓을 쓴뒤 사당에 나가 절을 하고서 바로 아내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아내를 향해 공손하게 큰절을 올렸다. 그러자 아내는 자기만 보면 나무라고 때리기만 하던 남편이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자 오히려 남편에게 욕을 하며 다른 방으로 건너가 버렸다. 그렇지만 곽씨는 그에 상관치 않고 매일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아내에게 가서 큰절을 계속 올렸다.
이에 아내는 갑자기 변한 남편을 정신 이상자로 생각하여 남편이 올 때마다 도망가는 일을 쉬지 않았지만, 곽씨는 그에 반해 따라가면서까지도 절을 했다. 절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절하면서 “당신은 본래 착하고 귀한 분이오. 내가 당신의 겉모습만 보고 그토록 구박했소. 앞으로는 당신의 본성만을 보고 존경하겠소.” 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렇게 하기를 한달 두달이 흐르다 보니 부인도 결국 자기의 본래 성품으로 돌아와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는 곽씨에게 말했다. “왜 자꾸 이러시는 것입니까? 이제 다시는 예전처럼 하지 않을 것이니 제발 절만 하지 말아주시오.” 그렇지만 곽씨는 또 다른 말을 했다. “당신은 요임금 순임금과 똑같은 분이요. 그런 당신에게 어찌 절을 아니하겠습니까?”
이 말에 아내는 오히려 남편인 곽씨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짜 요임금 순임금은 당신이십니다. 나를 이렇게 변하게 하시니.....” 그래서 두 사람은 매일 아침마다 맞절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며 평생을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행실이 고약한 아내를 강권을 써서 고치려다 도저히 안 되어 맹자에 나온 글귀를 보고 한 생각을 얻어 아내의 겉모습이 아닌 본래 착하고 어진 성품을 발견하고 지성스럽게 공손의 절을 올려 결국 아내도 본성 자리로 돌아와 감동을 받고 변해서 서로 존경하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사람을 바르게 변화시킨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강권을 쓰면 일시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오히려 반발만 사서 더욱 힘들어진다. 이를 곽씨는 절절히 느꼈기에 방법을 달리하여 사랑과 존경의 방법인 큰절을 통해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참으로 곽씨의 성선설에 바탕한 성품의 깨달음과 아내를 변화시키려는 구체적인 실천방안, 그리고 끝까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은 그 정신력은 진한 감동을 줌과 동시에, 나로 하여금 혹시 내 식구와 직장 동료, 주변 인연들 가운데 고약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을 때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고 되돌아보게 한다.
청룡의 해인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의 새로움은 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에 있다고 했다. 따라서 새해를 맞이하여 혹여나 내 주변에 곽씨 부인과 같은 고약한 문제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어 속을 썩이고 애를 먹이더라도 곽씨와 같이 그 사람들도 원래 착하고 귀한 분임을 철저히 깨달아 알아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랑과 정성으로 감싸고 노력하여 그 가운데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마음을 먹는 사람이 있다면 참된 새해를 맞이한 사람이 될 것이고 만약에 한명이라도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면 그 어떤 해보다도 참으로 멋진 한 해를 보내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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