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엔 새해를 맞이한다. 2024년은 갑진(甲辰)년 용띠해다. 용은 희망을 품은 최상의 상징물이다. 희망은 꿈이고 바람이다. 많은 사람이 새해 첫날 새벽이면 새해 첫 태양을 환영하러 나선다. 그들이 해맞이를 나서는가 싶다. 언뜻 보면 그러려니 싶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다들 꿈을 다짐하러 나서는 것이다. 인간적 욕망을 태양의 열광으로 덥히려는 것이다. 꿈과 태양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용이 솟아오르듯 욕망이 승천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자연에는 작년도 올해도 내년도 없다. 모두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관념들이다. 꿈을 가진 누군가가 욕망을 실현한 것이다. 그게 새해 첫날 꿈 희망 용 태양 들이다.

용의 해에는 누군가의 욕망이 용처럼 솟아오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이스라엘이 가자 지역을 통치할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고 김정은은 미국으로 핵미사일을 쏠 것이다. 산유국에서는 기름값을 올리고 희토류는 미사일을 대신하는 무기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러시아를 증오하고 가자 지구 주민은 이스라엘을 혐오하며 대만인들은 불안에 떨고 미국인들은 김정은을 혐오한다. 비산유국 주민들은 추위에 시달리며 희토류 비생산국 물가는 치솟는다. 이러한 동기부여가 새해 첫날 돋을볕을 바라보며 다져진다.

새해 첫날 새벽 먼 산과 바다를 바라보며 태양의 열광에 욕망을 담금질하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의 불협화음은 새해 첫날부터 다져진다. 세상의 재화는 세상의 땅처럼 물처럼 한정돼 있다. 누군가가 더 많이 차지하려면 누군가는 더 잃어야 한다. 누군가 즐거우면 누군가는 그만큼 아프다. 어찌 보면 삶의 가치는 꿈의 투쟁이라 하겠다. 그 가치를 위해 그 꿈을 위해 우리는 소망하는 것이다. 새해 첫날 새벽에 동살을 쬐며 기원하는 것이다.

꿈과 소망이 삶의 절대적 가치일까. 그렇지 않다. 그것들을 삶에서 버린 인물들이 여럿 있다. 대표적 존재가 예수와 싯다르타다. 예수는 광야에서 싯다르타는 보리수나무 밑에서 꿈과 욕망과 싸웠다. 그들이 지향한 이웃 사랑과 무소유는 또 다른 꿈이고 욕망인가. 그렇지 않다. 꿈과 욕망을 지워버린 빈 터(空)인 것이다. 금고에 든 것들이 다 나간 뒤 빈 공간처럼, 침략하지 않으면 평온한 것처럼, 탐욕이 사라지면 가벼운 것처럼 맑아지는 현상이리라.

새해 새벽 해맞이하는 곳에는 사람들로, 그들이 타고 온 차들로 미어터진다. 거기에는 히틀러, 푸틴, 시진핑, 아베, 김정은 들이 가면을 쓰고 숨어들었다. 찬란한 용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사람들에게 밀치고 할퀴고 소리 지르게 유도한다. 지역 단체는 그들에게 떡국을 먹이고 교통정리를 한다. 햇귀가 퍼지자 그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꿈과 욕망을 위해 찬미를 외친다. 승리를 위해 떡국을 들이마신다. 누군가의 패배를 위해 찬가를 부르는 것이다. 그들의 진정한 신은 꿈이고 욕망이라는 걸 알리는 송가가 해맞이 축제인 것이다.

그들로 인해 이웃 사랑을 말하고 자비를 일러 준 신이 스스로 깨닫는다. 해맞이 인파가 목마르게 부르짖는 대상은 자신이 아니라 용이라는 걸. 자신이 가짜라는 걸. 신은 부활이나 부처가 허깨비라는 걸 깨닫는다. 며칠 뒤엔 새해 첫날이다. 해맞이하는 곳엔 용이 설친다. 신은 니체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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