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의 문화는 그 국민의 의식과 수준에 의해 표현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격조 높은 목조건물 중의 하나인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 서면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발견하는 소중한 보배를 만나게 된다. 무량수전(無量壽殿)의 의미는 아미타불이 상징하는 무한한 광명과 영원한 생명, 극락정토를 의미한다. 무량수전은 영주 부석사의 중심법당으로 소조아미타여래좌상을 봉안하고 있다. 신라 문무왕 16년(676) 왕명에 의해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 화엄종의 개조로 불리는 의상대사는 원효대사와 함께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신라의 고승이다. 

원효가 617년생, 의상이 625년생으로 두 사람이 당나라 유학길에서 체험했던 해골바가지 이야기는 전설처럼 우리 머릿속에 잠재되어 있다. 원효는 마음의 깨달음을 얻고 당나라 행을 포기했고 의상은 끝까지 당나라 행을 포기하지 않고 뜻한 바를 이루고 귀국하게 되었다. 원효는 禪을 의상은 계율을 중시하였다. 원효가 감성적이었다면 의상은 이성적이었다. 의상은 한번 마음먹고 뜻한 바를 꼭 이루어 내고 마는 철두철미와 용맹불퇴의 전형 이었다. 원효는 요석공주와 사랑에 빠져 설총을 낳았다. 자유인이었다. 두 사람은 진리를 향해 다른 길을 걸었지만 결국 목표는 같은 것이었다. 인간의 평등과 사상의 중용이었다.

부석사는 의상의 염원이 서려있는 가람이다. 전체 건물의 배치가 화엄사상을 의미하는 華로 배치되었다. 봉황산의 품속에 자연공간과 조화를 이루고 가파른 경사에 19군데에 석축을 쌓아 지극정성을 다해 만든 사찰이다. 멀리서 바라볼수록 아름다운 풍경, 배흘림기둥 역시 멀리서 보아야 시각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배흘림기둥이란 목조건물의 조화와 안정을 위해 기둥 중간 부분의 배가 약간 부르도록 한 건축양식을 말한다. 팔작지붕과 주심포양식을 하여 건물전체가 간결하면서도 조화롭고 균형 잡힌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서방정토, 극락세계를 관장하는 아미타본존불이 서쪽에 위치하고 동쪽을 바라보게 하여 법당의 구조가 불법의 강론과 전승에 비중을 두게 하였다. 무량수전의 내부 바닥은 원래 녹유전(푸른유약을 칠한 전돌)을 깔았다고 한다. 이것은 왕실 사찰의 격조를 갖추고 불교에서 추구하는 극락세계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다는 경전의 내용을 반영하였다고 볼 수 있다. 영주 부석사는 국보 5점(무량수전, 소조아미타여래좌상, 삼층석탑, 조사전, 조사전벽화)과 보물 6점을 보유하고 있다. 무량수전은 사찰건물의 모범을 보여주는 비례와 안정감을 훌륭하게 갖춘 우리나라 불교건축문화의 걸작 이라고 할 수 있다. 

국사교과서에 소개되어 우리에게 친근한 부석사 무량수전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과 함께 우리나라 목조건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며 한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의 주인공 자리를 놓고 학술적 경쟁을 하고있는 입장이다.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부석사와 봉정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되어 고려시대 목조건물이 남아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1972년 전까지는 무량수전이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로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1972년 봉정사 극락전을 보수하면서 상량문이 발견되어 1363년(고려 공민왕12년) 지붕을 크게 보수하였다는 기록이 나온 것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상량문에서 발견된 1376년(고려 우왕2년) 보수기록 보다 13년이 빠른 것 이다. 목조건축물에서 지붕의 보수기한을 100년 정도로 볼 때 두 건물 모두 1200년대 고려시대 건축물임을 학계는 확인하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건축연대가 두 건축물 모두 발견되지 않고 상량문의 기록을 토대로 최고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과학적인 분석과 자료 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이다.

확실한 것은 무량수전과 극락전은 우리나라 목조건축물의 최고의 작품이며 국보중의 국보라 할 것이다. 무량수전을 바라보며 우리민족의 탁월한 건축기술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리고 신앙을 바탕으로 한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와 상생에 깊은 경외심을 갖는다. 그렇다 우리는 분명 세계 일등 문화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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