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당공원 앞을 지나다 보면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57년前 초등학교 시절 야외수업을 받기도 했고 백일장도 그곳에서 개최되었다. 그때는 씨름판도 그곳에서 벌어졌고 단오날 이나 백중날이 되면 버꾸놀이 농악판도 벌어져 남녀노소 함께 즐거웠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당시 우리 주민들의 전통문화공간 이였던 유당공원은 495년 전인 1528년(조선중종23년) 박세후 광양현감에 의해 조성되었다.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해풍과 모래바람을 막고 외적으로부터 시야를 차단하여 광양읍성의 방어를 목적으로 울타리를 만들 듯 마을 숲을 만든 것이다.

유당공원에는 우리 지역의 전통 수종인 왕벚나무, 수양버드나무, 느티나무, 푸조나무, 팽나무들이 함께하고 있고 공원의 대표 얼굴인 500년 수령의 천연기념물 285호인 이팝나무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형이 가장 아름답고 자태가 뛰어난 이팝나무 이지만 세월의 무게를 버티면서 이제는 주름진 줄기 줄기가 초겨울의 햇살을 외롭게 맞이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담양의 소쇄원은 1530년 조광조의 제자 양산보가 기묘사화로 인해 스승이 사약을 받는 것을 보고 낙향하여 학문을 위한 별서정원을 조성하였다.

1983년 7월 사적 제304호로 지정되었다가 2008년 5월 명승 제40호로 변경 지정되었다. 유당공원은 소쇄원보다 2년 먼저 조성되었고 1971년 이팝나무가 천연기념물 제235호로 지정되었고 2007년 이팝나무를 비롯 유당공원내 26그루와 인동로타리 동교숲 40그루, 총 66그루가 ‘광양읍수와 이팝나무’로 명칭이 변경되어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약 8천 평의 유당공원 내에는 충혼각의 팔각정이 있고 팔각정을 감싸고 있는 포근한 연못에는 수련과 노란어리연꽃이 서로를 감싸고 있다. 팔뚝만한 잉어들도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도심 속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20일 순천교육청 소속 관계자 9명을 해설하게 되었다.

필자는 그분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하였다. “광양에 유명한 곳이 많은데 왜, 유당공원을 찾게 되었습니까?” 나는 유당공원의 역사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평소에 해설하는 장소가 아니었기에 궁금했었다. 인솔하시는 분께서 다음과 같이 대답을 하셨다. “네 여러 가지 광양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 보니 이팝나무와 오래된 나무들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아이들 교육자료로 써 보고 싶었습니다.”나는 그분들의 방문목적을 듣고 마음속으로 감탄하면서 부족하지만 성심성의껏 해설을 하고 안내를 하였다. 아홉 명 모두 교직에 종사하고 있는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특히 그분들 중에는 막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새신부도 있었다.

필자는 그분들에게 유당공원과 관련된 동학농민운동, 여순사건, 충혼탑, 우람한 은목서, 나무줄기 속이 훤히 보이는 팽나무 고목까지 세세하게 설명을 해드렸다. 유당공원을 둘러보는 1시간 만에 우리는 가족처럼 격의 없이 가까워졌다. 공원에 세워져 있는 유당공원의 비군(碑群) 16기를 하나하나 설명했고 그중에 두 명의 친일 매국노의 행적도 해설했다. 그리고 정채봉시인과 광양의 인연, 정채봉작가가 유당공원에서 쓴 것으로 알려진 ‘들녘’이라는 동시도 낭송하면서 우리는 모두 동심의 세계를 걸어 보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유당공원에 서서 나는 문 듯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고장에 사는 우리는 과연 누구일까? 500년 역사를 간직한 유당공원을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공원을 거닐어 보니 우리 고장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바로 이 나무들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 자연의 품속에서 잠시 지나가는 나그네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했는데도 참가자들은 공감의 눈빛을 보내 주었다. 해설예약을 받는 날이면 이틀 동안은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은 해설사들의 책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자세를 바르게 지켜 가는 일이기도 하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우리 광양은 가까운 곳에 보물을 가지고 있다. 고을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495년前 마을 숲을 조성한 박세후현감의 지혜와 애민정신이 오늘날 더욱 빛을 발한다. 기회가 된다면 그분의 공적비가 유당공원에 세워지면 좋겠다. 도립미술관, 예술창고와 함께 동백꽃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500년 역사의 자랑스런 유당공원이 되기를 시민과 함께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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