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철이 되어서 그런지 부쩍 장례식장 가는 일이 늘었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한 번쯤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지만, 아직 한창 젊은 나로서는 죽음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 역시 언젠가는 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올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고 하나 그래도 젊다는 핑계로 죽음과 약간 거리를 두며 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또 아는 지인이 연거푸 둘이나 세상을 떠났다. 그럴 때마다 인생무상 앞에 한숨이 나오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허무한 인생이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그리고 상가에 갈 때마다 드는 의문이 하나 있는데, 바로 빈소(殯所)리는 단어가 그렇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상가는 대부분 친한 사람들이 가기 때문에 친소(親所)라고 하는 게 올바를 것 같은데, 어찌하여 ‘손님 빈(賓)’ 자가 들어 있는 염할 빈(殯) 자를 썼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던 중, 내 나름대로 해답을 얻었다. 살아 있을 때야 서로 친한 관계를 맺었지만, 죽음을 통해 이제 딴 세상으로 가는 ‘손님’이 되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정중히 보내드려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생각이 전적으로 옳다고 고집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럴 개연성도 있겠구나 싶은 것이다. 

그리고 상가에 가면 반드시 내는 게 있는 게 바로 부의금(賻儀金)이다. 부의라는 말은 상가에 부조로 내는 돈이나 물품 또는 그런 일이라는 것이 사전적 의미이다. 그래서 우리는 봉투에 부의라는 한자를 쓰고서 상가집 부조금 함에 넣는다. 그리고 근조화환도 애도의 뜻으로 보낸다. 근조화환에는 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쓴다. 둘 다 초상집의 장례식장에서 우리들이 고인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는 유족을 위로하고 장례를 잘 치를 수 있도록 돕는 의미들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근조화환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고 쓰는데 조의금 봉투에는 부의(賻儀)라고 쓴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부조금을 주거나 근조화환을 보내주는 행동이 부의라 하는데 그런 행동을 일컫는 단어를 봉투 위에 쓰는 것은 격식에 맞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럴 것 같으면 근조화환에도 부의라고 표기해야 하지 않을까? 근조화환에 표기하는 것처럼 봉투 위에도’’謹弔’’라고 쓰거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써야 위로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독교인들은 “아버님(혹은 어머님)을 떠나 보낸 유족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라고 쓰면 좋을 듯하다. 

결혼 축하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부부의 연을 맺는 것을 혼인이라 한다. 결혼(結婚)은 ‘혼인을 맺는다’라는 뜻이다. 그러면 “혼인을 축하드립니다” 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축혼(祝婚)이지 ‘축결혼’이 아니다. 지금은 결혼이라는 말이 표준어가 되어서 ‘’축결혼’’이라고 보편적으로 표기하는데 ‘’축혼’’이 맞는 것일 게다. 그러니 혼인축하금을 건넬 때도 ‘’축혼’’이라든가 ‘’축혼인’’이라고 겉봉에 쓰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니면 ‘’행복하게 사십시오’’라고 쓰면 적당하지 싶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표현들에 대하여 굳이 표기법을 따진다면 얼마나 딱딱하겠는가만, 말은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나 의미를 전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나치게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충분히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씩 고쳐 가면서 쓰는 것도 필요하지싶다는 생각에 한 마디 해봤다, 흔히 쓰는 우리 말에 ‘아’다르고 ‘어’다르다고 하지 않던가 말이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