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빠르다는 것,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50대 중반을 넘어서고 보니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 나만 그러는 것은 아닐 터. 어느 날 우연히 친한 친구 재성이를 만난 순간 ‘아, 우리도 늙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머리에 염색을 해서 잘 몰랐는데, 탈색이 되고 나니 백설이 내린 눈밭이었다. 말은 하지 않아서 그렇지, 저 백발 속에 얼마나 많은 희노애락이 숨겨져 있겠는가. 불현듯 충지의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뜬 인생 참으로 쏜살 같이 지나가니/ 얻고 잃음 슬픔 기쁨 어이 족히 헤아리랴./ 그대여, 보라! 귀천(貴賤)과 현우(賢愚)를 가리잖고/ 마침내는 똑같이 한무덤 흙이 되는 것을’ 
친구여, 男은 생은 여생지락(餘生之樂)하며 즐겁게 사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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