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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직업이 다르다. 지금의 직업이 적성에 맞는 사람도 있겠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원해서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하다 보니 어쩌다 하고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후자가 더 많을 듯하다. 원하든 원치 않든 자신의 직업이 된 이상 열심히 해야 한다.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할 수 있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나의 일이 귀한 직업이고, 다행히 자신의 적성에 맞는 듯하고 직장 동료들과 잘 지내면 그것이 천직일 듯하다. 그래도 다른 직업을 가진 주위의 지인들 중의 누군가를 은근히 부러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남의 떡은 항상 커 보이고 맛있어 보이는 법이다. 하지만 빛좋은 개살구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단감처럼 보이는 떫감이거나.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내게 맞아야 입을 수있고 계절에 맞아야 한다. 하물며 일인들 안 그러겠는가.
그러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귀한 직업이고 내게 맞는 일이 천직(天職)이라 여기고 살면 여러 가지의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조금은 줄 것 같다. 귀하고 천직이라고 어디 힘들지 않겠는가. 귀해서 하늘로부터의 소명을 받아 거룩한 직업에 종사한다고 하는 성직자들도 나름대로 애로 사항이 많을 것이고 대기업 회장들도 많을 것이다. 직업이 다양화 되다 보니 특이한 직업들도 많다.
새로이 생겨난 직업군이 있는가 하면 문명의 발전으로 인하여 사라졌고 사라질 직업군도 있을것 같다. AI로봇의 빠른 개발로 벌써부터 많은 일자리가 대체화 되리라는 전망이 보편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름대로 계산해본다. 내 직업이 해당되지나 않을까 하고. 그러고 보면 문명이 발전하면서 많은 직업이 사라졌다. 버스 안내양, 엿장수, 뱃사공, 아이스께끼 장수 등등.
자율차가 곧 등장하리라는 전망에 택시기사직은 머지안아 사라질 거란다. 하긴 울 아버지 세대에는 지금의 택시기사 격인 인력거꾼이 있었던 것도 같다. 영화에서 가끔 봤다.
직업이 하나 둘 기계화 되어도 내 직업은 쉽지 안을것 같다. 간판 제작업이다. 사무실에서 제작되는 현수막이나 기타 작업은 많이 기계화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간판 시공은 힘들 것이리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항상 위험하다고 다들 생각하는 그런 직업중의 하나 이기도 하다. 사다리ㆍ로프ㆍ크레인으로 작업을 주로 하니 당연하다. 아차하면 간다. 먼저간다. 병원으로 가던지 아니면 더 멀고 높은곳으로 간다. 그래서 그런지 경쟁력은 있다.
누가 감히 하려고 쉽게 덤벼 보겠는가. 가끔 작업 사고를 듣게 된다. 주로 사다리 사고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2미터 이하의 낮은 작업에서의 사고가 많다. 왜 그럴까? 이유인즉 그 이상의 높이에서의 사다리 작업은 딱 봐도 위험하기에 그냥 조심 또 조심하며 납작 엎드린다. 사다리 위가 어디라고 감히 호기를 부려 보겠는가. 거기가 어디라고. 그래서 그럴까 예상보다 사고는 적은데 그래도 가끔은 그렇지도 않다. 아슬아슬하게 휘청이는 높은 사다리에서 간판이나 기타 작업을 하는것을 길을 가다 한 두번은 보았을 것이다.
나는 세번인가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다행으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큰사다리에서 두번 작은 사다리에서 한번. 작은 사다리에서는 땅바닥에서 20 Cm 높이에서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발등에 골절이 생겨 깁스했고 한달간 무급휴가로 집에 있었다. 믿는 사다리에 발등을 찍혔다. 낮은 높이라고 우습게 본 것이다.
큰 사다리는 다 펴면 7m높이 에서도 작업이 가능한데 보통 건물의 2층 높이로, 위부분인 대리석 부분에 작업 할려면 목숨을 사다리에 걸어 놓고 작업해야한다. 예전에 이정도 높이에서 사다리를 펴놓고 작업을 하니 지나던 사람이 사진을 찍어 갔다. 아마 보기힘든 장면이었다고 생각했는가 보다. 그 뒤로 그 높이의 작업을 한번 더하고 더 이상 안 할려고 아예 사다리를 두 칸 낮은 것으로 교체를 했다.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계산상으로 사다리는 100% 위험하고 로프는 100%안전하다고. 그래서인지 나는 로프작업을 선호하고 로프 작업이 내 주특기이다. 로프 작업이 많다.
어쩌다 내 팔자가 로프작업을 주특기라고 말하는 신세가 됬을까? 굳이 말하자면 부끄럽고 그냥 사연이 구구절절 복잡하니 대충 넘어가자. 쉬운 표현으로 어찌어찌 하다보니 이리로 흘러왔다가 가장 정확한 해명인 듯하다. 밧줄이 밥줄이 된것이다. 건물 옥상이 작업장이고 건물 외벽이 삶의 터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우러러본다. 좋아서가 아니고 지나가다 건물에 로프가 걸려있고 줄에 매달려 작업을 하면 다들 쳐다 보는 것이다.
줄을 타고 일하는 로프작업은 간판 ㆍ페인트 ㆍ실리콘ㆍ유리청소인데 나는 그중의 두가지의 일을 한다. 지금의 직업이 간판인데 15년 전에 잠시 4년정도 유리청소를 했다. 그래서 그쪽 사람들을 조금 안다. 그들은 한달에 평균 보름 정도를 줄을 탄다. 보통 경력이 10년을 넘으니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극한직업이다.
밧줄이 밥줄이고 생명줄이다. 밧줄이 끊어질 까봐 항상 조심하지만 그렇다고 밥줄인 밧줄을 놔버릴 수도 없다. 편하고 좋아서 못 버리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않다. 로프 작업은 힘들다. 위험해서 힘든것이 아니라 작업이 힘들다. 유리를 딱든 페인트를 칠하든 한번 줄을 타면 한시간은 기본이고 두시간 가는것도 있다. 그 두시간 동안 계속 걸레질을 하고 로라질을 하니 어찌 팔이 안아프겠는가. 일단 줄을 타면 끝까지 가는게 원칙이다. 중간에 힘들다고 내려오는것은 없다. 아파트 50층 준공청소를 할경우 1층까지 페인트를 긁으면서 걸레로 딱고 내려오는데 한여름이라 그늘 쪽을 찾아 작업을해도 보통 힘든게 아니다. 팔이 빠진다. 더운데다 먼지 때문에 마스크라도 써야할 것 같으면 쎄가 빠진다 .
공부 좀 열심히 할걸! 하는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하지만 버스는 이미 떠났고 밧줄만 믿어야한다. 내기억에 50층 아파트 준공청소 2시간 40분이 최장 시간 이었다. 팔도 빠지고 화장실도 급하다.보통은 1시간 내외로 끝나는데 재수 없으면 그럴 수도 있다. 그것도 한 일주일 그런다 치면 그 주는 아웃이다. 집에 가면 만사 재치고 씻고 옷 갈아 입으면 끝이다. 젊었으니 했을 텐데 지금은 임대현수막이나 재미 삼아 8층 정도에 붙이는것이 고작이다. 그냥 몸 푸는 정도이다. 힘들고 위험하고 손에 때를 묻이는 직업을 3D업종이라 하던가. 바로 그 3D업의 전형이다. 예전에 극한직업에서 유리청소를 방영했다. 지금 내나이의 50대는 얼굴을 보여주는데 30대의 젊은 친구들은 눈만 보여주고 얼굴은 안 보여준다. 전국방송에 나온다고 부끄러워 그런지, 아니면 줄타는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또 어느날 ,로프사고가 뉴스를 타고 전국에 알려졌다. 양산 어느 현장이란다. 줄을 타고 페인트를 칠하던 작업자와 입주민이 사소한 말싸움이 생겼는데 그만 홧김에 옥상에 가서 줄을 잘랐다는 것이다. 애석한 소식이었다. 그러길래 왜 입주민하고 언성을 높였야고. 그럴줄은 몰랐겠지만 나같은 로프맨은 남한테 원망들을 짓을 하면 안 되는가 보다. 10여년 전에 같이 일했던 김기사가 죽었다고 동료중 한명이 말했다.
그래서 내가 '' 줄타다 떨어 졌나?'' 하고 속으로 추측했는데 지병으로 죽었다 했다. 평생을 길고 긴 밧줄을 탓는데 정작 본인의 명줄은 짧았나 보다. 넘 고생을 해서 명줄이 닳았을까? 아닐 게다. 술ㆍ담배를 많이 하고 몸관리가 부실해서 그럴 게다. 이 바닥의 사람들이 명줄이 짧은지 벌써 몇이 먼저 떠났다. 물론 로프사고는 아니다. 괜히 그렇게 연관되고 있을 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남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같다.
언젠가 대구로 출장 작업을 간적이 있었다. 아파트 준공청소 였는데 대단지라서 많은 인원이 필요해서 여기저기서 작업자를 불렀고 누군가의 소개로 가게 되었다. 현장에 7시 30분까지 도착하려면 부산에서 한시간 전에는 출발 해야한다. 그러다보니 조금 일찍 일어났다. 보통의 아파트 건설현장이 다 그렇듯이 인테리어ㆍ조경ㆍ설비 등의 작업자들로 분주했다. 건물은 53층이었고 준공청소였다. 옥상에서 한층 한층 유리창에 묻어 있는 페인트를 긁고 보양재를 떼며 내려갔다. 높은 층은 높아서 무서워 힘든게 아니라 그만큼 일량이 많아서 힘들다.
그런데 15층 쯤 내려오니 큰 일이 생겼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한시간 운전을 해서인지 잠이 쏟아진다. 운전을 하다 졸리면 차를 졸음 쉼터에 잠시 대고 좀 자다 가거나 교대운전이라도 하면 되지만 53층 아파트의 15층 정도에서 잠이 쏟아지면 아무런 방법이 없다. 내려 갈 수도 올라 갈 수도. 그렇다고 그자리에서 잘 수도 없다.
이럴때 환장하겠네 하는가 보다. 아니 그보다 심한 표현인 미치고 환장하겠네가 맞을 듯하다. 한 20분 정도 비봉사몽간에 졸음때문에 고군분투하며 그야말로 쌩고생을 하고 있었다. 줄위에 매달려서 존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울 테지만 사실이 그랬다. 그냥 웃으며 작업중단하고 1층으로 죽 내려가서 줄 풀고 좀 자다가 다시 내려가면 좋겠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그것도 어렵다.
그냥 버티는 수밖에. 잠이 오니 네명의 작업조 중에서 꼴찌다. 그래도 억지로 개기고(참다)있는데 1층에서 누군가 고함을 치며 손짓을 한다. ''그냥 내려와. 청소 하지말고 내려 오래.'' 하는 것이었다. 오! 마이 갓! 구원의 소리를 듣고선 속으로 감사했다. 이런 경우를 천우신조라고 하는가. ''주여! 감사합니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졸음의 올무에서 구원받았다. 작업이 차질이 생겨서 그날 일은 임금은 계산되고 철수란다. 그렇게 작업을 했던것도 추억의 하루가 되었다. 그뒤 얼마나 지났을거나. 청소업에서 은퇴후 지금의 가게일을 하고있다.
줄타서 아들네미 야구 가르친다며 임금 체불을 많이해서 악덕 오야(사장)로 소문난 조사장, 줄타서 돈벌어 오락실로 화려하게 은퇴했지만 다 까먹고 다시 매달린 송사장, 30년전에 택시 하다 벤츠 문짝을 들이받고 줄 탔던 김기사, 법대를 나와 취업이 않되 잠시 줄을 탔던 장기사, 일 무서운줄 모르고 무대포로 고압세척 계단청소하는 문사장. 다들 잘 살고있는지 안부도 궁금하다. 나는 유리청소 은퇴후 다시 간판으로 복귀했다. 가게를 말아 먹었으면 다시 송사장처럼 어쩔수 없이 줄타러 다시 가야했게지만 다행히 아직까지이다. 지금 말아먹으면 다시 가지도 못한다. 어느새 백발이 가득한 할배가 다 됬으니 말이다.
누군가는 천직(賤職)이라고 기피하고 무시하는 그일이 내게는 천직(天職)이 될수도 있다. 賤職인지 天職인지가 정해져 있을까? 내가 얼미나 좋아하는 지, 얼마나 내게 잘 맞는지, 어떤 인연으로 한 평생 나와 동행을 하는지, 일하면서 누구를 만나게 됬는지 등을 따져보면 쉬울것 같다.
우리들의 가장 값싼 기준인 연봉이 얼마인가로 평가 하지말고 좀더 귀한 잣대로 따져보면 달라질 것이다. 돈으로만 기준하여 따진다 천직(天職)이란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럴 경우는 그저 전직(錢職)에 불과 하리라. 우리들의 아버지는 한 평생 지게를 져서, 갯바람의 차가운 겨울에도 개발(바닷일)을 해서, 아니면 그넓은 논밭에서 하루종일 피를 뽑아서 그토록 험한 세월을 이겨 내셨다. 정도와 모양은 다르지만 지금도 여러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업을 이어가고 있는 오늘의 아버지들에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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