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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천사 마가렛의 선종을 듣고임명흠 목사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3.11.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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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문드러지고 손발이 잘려 나가는 가장 끔찍한 병, 한센병. 사람들은 한센인을 신조차 버렸다 하여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어린 사슴을 닮았다고 하여 ‘소록도’라 부르는 고흥의 외딴섬은 1916년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하면서 절망과 저주의 섬이 되었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 문명국가 오스트리아에서 소록도를 찾은 두 천사가 있었으니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들이다.

1962년부터 2005년까지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봤던 벽안(碧眼)의 두 간호사요 수녀인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 40여 년간 그들의 하루 일과는 한결 같았다. 20대의 한창나이에 고국을 떠나 낯설고 가난한 이역 땅에서 봉사로 일관했던 그들의 삶, 늘 따스하고 아름다웠지만 2005년 편지 한 통만 남기고 고국으로 돌아간 모습은 더욱 감동적이었다. 

소록도에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 수용하면서 일제는 수용된 환자들에게 감금, 폭행, 불법 노동, 단종 수술 등 반인권적인 차별을 자행했다. 광복 후에도 여건은 나아지지 않았고 1970년대까지 차별과 배제가 이어졌다. 1980년대 들어 섬이 일반에 개방되면서 한센병과 소록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식이 바뀌지기 시작한 것이다. 옛 갱생원 시절의 검사실, 감금실, 납골당 건물인 망령당 등을 둘러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 무거움 속에서도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는 곳이 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집’(국가등록문화재)이다. 

그런데 40여년 간 봉사했던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88세)이 9월 29일 오스트리아의 한 병원에서 선종했다. 폴란드 태생의 오스트리아 국적자인 고인은 인스브루크 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소록도에 파견됐다. 그는 공식 파견 기간이 끝난 후에도 아무 연고도 없던 소록도에 남아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한센인들을 돌봤다. 이후 건강이 악화되어 2005년 11월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편지를 남기고 조용히 오스트리아로 귀국했다. 소록도에서 함께 봉사한 마리안느(89) 간호사도 이때 조국으로 돌아갔다.

우리 정부는 오랜 세월 보수 한 푼도 받지 않고 한센인들의 간호와 복지 향상에 헌신한 공을 기려 마가렛과 마리안느에게 1983년 대통령 표창,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국립 소록도 병원은 2016년 개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이들에 대한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과 방한을 추진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마리안느만 소록도에 올 수 있었다. “두 분은 새벽 5시쯤 병원 아동실에 도착하여 우유를 만들 물을 끓였습니다. 따뜻한 우유를 만들어 새벽마다 병실 어르신들에게 직접 가져다 드렸습니다. 부락에서 찾아온 어르신들에게 우유를 드리며 람프렌과 주치약 투약을 했습니다. 영양이 부족한 듯 보이면 종교 구분 없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치유될 때까지 한 끼 먹을 분량을 냄비에 따뜻하게 가져와 직접 주거나 먹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행동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절대로 만나지 않았고 철저히 숨었습니다.”(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렡’ 홈페이지)

마가렛이 세상을 떠났고, 우리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어떻게 기억해야 좋을까.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집은 그들을 기억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그곳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벽에 걸린 ‘하심’이란 두 글자다. 마음을 내려놓은 그들의 신앙 고백이다. ‘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으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요’. 예수님의 가르침에 순종한 그들의 삶이다. 텅빈 충만이라고 할까. ‘마음을 비우고 겸손하면 모든 것을 얻는다’는 진리를 배운다. 
두 분 수녀님이 소록도에 놓고 간 인류애의 마음, 고이 간직해야 하리라. 두 분의 희생적인 헌신을 본받아 더 크게 나누고 더 많이 나누어야 하리라. 비록 갚을 수 없을 만큼 큰 사랑을 나눠주셨지만 우리도 그 사랑을 본받아 자신을 비우고 봉사를 통해 작게나마 그 사랑에 보답해야 하리라. 두 분 수녀님, 정말 감사합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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