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가 문득 탁상용 달력을 보다 보니 벌써 11월도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세월 빠른 것이야 진작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갈 줄은 정말 몰랐다. 누구 말처럼 세월은 그 사람의 나이대로 가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시속 58Km로 달리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빠른 세월 앞에 잠시 한숨을 쉬고 있노라니 ‘오비토주(烏飛兎走)’라는 고사성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흔히 ‘토주오비’라고도 하는 이 고사는 중국 당나라의 시인 한조의 시 <한수>에 나오는 이야기다. 해당 시에는 “금빛 까마귀가 날고 옥색 토끼가 달리니, 검던 귀밑머리는 옛날부터 없었던 듯하구나”라는 시구가 나온다.

고대 전설에서는 해 속에 세 개의 발을 가진 까마귀 삼족오가 산다고 하여 태양을 금오(金烏)라고 불렀으며, 달 속에는 불사약을 만드는 옥토끼가 산다고 하여 달을 옥토(玉兔)라고 불렀다. 위 시구를 풀이하면 태양이 날고 달이 달리며 어두운 밤과 환한 낮이 계속 바뀌는 것처럼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니 까맣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희게 바래질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젊었을 때는 젊음이 항상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덧없음과 빠름 앞에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짧은 ‘찰나’라는 시간 속에서 ‘찬란’한 인생을 빚어야 하는 게 삶이지만 이 또한 쉽지가 않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인생의 종점에 이르고 마는 것이다. 세월과 관계된 고사가 차고 넘치는 이유다.

며칠 전에는 아는 지인이 운명(殞命)을 달리했다. 사람들이 아무리 시간의 운명(運命)을 벗어나려 해도 때가 되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집행되는 게 시간이고, 그 시간이 다하고 나면 운명(殞命)을 맞이하게 되는 게 인간의 숙명(宿命)인 셈이다. 그러기 전에 시간을 아껴가면서 의미 있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글쎄다. 어떻게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것인지는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그저 매 순간 삶의 의미를 창조하면서 사는 것, 그 이상의 방법이 있을까 싶다.

그리고 인생을 지금 이순간보다 더 좋게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항상 지금 이순간이 가장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제 11월 달력이 뜯겨 나가면 올 한해가 또 마무리 될 터인데, 한숨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남은 한 해 마무리 잘 해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