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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해제철'이 된 태인도를 추억하며...최현배 광고디자이너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3.11.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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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세상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사자성어가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이다. 뽕나무밭이 세월이 흘러 푸른 바다로 바꼈다는 뜻이다. 변해도 확 바뀌었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하는데, 이것 보다 많이 변했다는 의미이다. 뽕나무밭이 어떻게 바다로 변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말이 생겼을 그 옛날에는 그러했으리라. 오랜 세월이 흘렀고, 그만큼 커다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벽해제철은 무슨 의미일까? 그렇다. 남해의 푸른 바다가 제철소로 바꼈다는 뜻이다. 상전벽해처럼 확 바뀐 것이다. 그것이 어느덧 40여 년이 흘러가고 있다. 섬진강 끝자락의 작은 섬과 그주변의 맑고 깨끗한 남해 바다가 지금의 거대한 쇠 공장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벽해제철(碧海制鐵)이 되었고. 광양(光陽)은 이름처럼 빛(光)이 났다. 철(鐵)이 빛(光)나니 광양(光陽)이 빛나기 시작했다. 내가 중1이었을 때쯤에 제철소 건설 공사가 시작 되었던 것 같다. 금호도는 바다와 섬을 통째로 넘겼고 태인도는 바다만 넘겼다. 바다 어업 보상이 해결된 후 금호도 주민들은 지금의 광영으로 모두 이사를 하였다. 평생을 김양식과 어업을 했던 고향 사람들은 제철소 건설로 더 이상은 김양식을 할 수 없게 됐다. 어떤 이들은 좋았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싫었으리라.

아마도 금호도 주민들은 아주 많이 시원섭섭 했을 것 같다. 더 이상 추운 겨울에 갯바람 맞으며 고생 안 해도 되니 너무 좋았을 것인데 정든 고향이 사라지니 너무 섭섭했을 것이다. 어려서 그저 지켜만 보았던 고향의 변화는 정말로 상전벽해였다. 공장 건설 공사가 시작되자 광영ㆍ중마ㆍ태인도 등 주변 동네가 들썩들썩했다. 금호 사람들은 새로운 동네로 이사해서 새로운 삶의 터전에 적응하느라고 들썩이고, 태인도 사람들은 외지에서 들어오는 공장 건설 근로자들로 인한 갑작스런 얕은 도시화로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섬마을에 갑자기 노래방이 생기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식당들도 즐비했다. 우리 집도 그러했다. 지금은 부모님 두 분만 계시는 그 집에 무려 10가구에 대략 3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대문 안에서 살았다. 우리 집이 이정도였으니 당시 태인도 전체에 얼마나 많은 외지 사람들이 살았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당시 금호도를 사람들은 ‘쇠섬’이라고 불렀다. 정말로 쇠 공장인 제철소가 건설되어 쇠섬이 되었고 광양항도 덤으로 생겼다. 세월은 흘렀고 정말로 상전벽해가 되었다. 아니 지금은 벽해제철이 되었다. 당시 집집마다 보상금을 조금 받기는 했지만,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걱정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철없는 우리들은 좋아했다. 왜냐하면 겨울이 되면 추운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자 마자 김을 작업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여자애들도 예외는 없다. 애들이 어촌의 고사리 일꾼들이었던 것이다. 김은 다 널고 겨울 오후 따스한 양지 햇살에 김이 마르면 또 김을 걷어 와야 하고 조금 더 큰 애들은 김을 떼야 한다. 도무지 놀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모든 바닷일들이 다 그렇지만 그 옛날 재래식 김 양식은 정말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광양김은 정말 맛있다. 아궁이 불 때다가 숯불에 한 장 구워 전등불에 살며시 비춰 보면 맑고 깨끗하게 도는 빛깔이 정말 예쁘다. 보기 좋은 떡이 맛있듯이 김 또한 그러했다. 광양김은 주로 일본으로 수출을 했는데 조합을 통해서만 출하가 되었고 시세를 동네 방송으로 공지했다. 상ㆍ중ㆍ하로 대략 분류해 가격을 매겼다. 조합 수매가격이 100장 한 묶음에 7000원에서 1만원까지 간적도 있었다. 그것도 40년 전에. 아마 지금 시세로 치면 5만원 이상을 했을 것이다.

내 생각에 그 옛날에 태인도를 苔因島(태인도)라고 표기하지 안았을까도 싶다. 김시식지이니 말이다. 지금이라도 행정명을 苔因洞(태인동)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하는 쓸데 없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예전에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지역과 나라의 발전으로 보면 제철소 건설이 맞는데 환경적인 면에서 좀 먼 미래로 보면 남해의 푸른 바다 그대로 있는 것이 더 커다란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요즘 기후 온난화로 아름다운 바다와 갯벌의 보존성이 중요하게 다가오니 새삼 깊이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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