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중에는 책을 잘 못 읽는 학생이 더러 있다. 몇 줄은 더듬더듬 읽는데 이해하거나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쪽을 넘기지 못한다. 이들은 신체적, 정서적으로 다 정상인데 책을 잘 읽지 못한다. 이를 난독증이라 한다. 이런 증상은 병이 아니다. 생활 습관이 잘 못 든 것이다. 열 살 이전 어느 시점부터 책 읽는 걸 싫어한 결과다. 이들은 생각이 단순한 편이다. 영화도 폭력적인 스토리를 즐긴다. 그들은 입체적인 사고가 불편한 것이다. 사용하는 언어가 협소한 탓이라 하겠다.

필자가 이런 고1 친구들 몇을 데리고 난독증 치유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세 시간씩 일주일에 1회, 일 년을 진행했다. 처음 두 달은 이솝우화를 텍스트로 삼았다. 다음 두 달은 신문을 활용해 읽기와 토론(NIE)을 했다. 이후 두 달은 이솝우화나 신문 기사 중 하나를 골라 읽히고 필사시켰다. 또 그 글의 뜻을 설명하게 했다. 열심히 하는 친구가 있고 마지못해 따라가는 친구도 보였다.

7개월째로 접어들 때 친구들에게서 변화가 나타났다. 필자와 대화하거나 뭔가를 발표할 때 쓰는 단어가 달라졌다. 어휘력이 커진 것이다. 그로 인해 생각의 폭이 깊고 넓어진 것이다. 다음 단계는 업그레이드된 어휘와 발표력을 문장으로 승화시키는 일이었다. 이미 이솝우화와 신문 기사를 필사해보지 않았는가. 친구들도 자신의 변화를 느끼고 즐거워했다. 마지못해 따라 하던 친구들도 열심히 하려는 변화를 보였다.

필자가 꺼낸 다음 카드는 ‘독서감상문’ 쓰기였다. 친구들은 한국이나 세계적인 단편소설들을 일주일에 한 편씩 읽었다. 필자가 소설 읽기를 숙제로 내준 것이다. 독후감은 프로그램 시간에 썼다. 이어 신문을 읽고 자신의 독후감 주제와 같거나 비슷한 기사를 찾게 했다. 그리고 비슷하거나 다른 점을 발표하게 했다. 어휘력과 문장력을 바탕으로 사고의 폭 넓히기를 한 것이다. 효과가 있었다. 친구들은 어떤 글을 읽고 비교 분석 비판을 하게 된 것이다. 언어적 기능이 하위에서 상위로 변화한 것이다.

사고력은 비판 능력과 정비례한다. 이는 헤겔의 변증법적 사고력이다. 正-反-合 프레임의 反에 해당한다. 이 反을 두고 사람들은 부정적이라 말한다. 그렇지 않다. 기득권들이 긍정적인 反을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反은 진보하기 위해 기존의 체제에 저항하는 이미지다. 그 저항이 참된 긍정인 것이다. 이러한 反은 신문에서 배우는 비중이 크다. 그렇기에 신문을 많이 읽어야 한다. 진보 신문도 보수 신문도 봐야 한다. 독자이자 국민으로서 합리적인 사고를 갖기 위해 둘 다 알아야 한다.

이를 필자의 어린 친구들은 1년이라는 기간에 채득(採得)한 것이다. 이후 친구들은 책을 포함한 어떤 글도 잘 읽었다. 제시된 사안에 대해 비판하고 발표하며 글을 써내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난독증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좋은 책도 읽었지만 강력한 에너지는 신문이었다. 그때 가장 많이 활용한 신문이 ‘광양경제신문’이다. 주로 페이퍼 신문을 읽었으나 핸드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탐색하기도 했다. 그 ‘광양경제신문’이 발간 17주년을 맞이했다. 변함없는 역동적 포효로 독자에게 희망을 안기는 신문이길 기대한다. 그럼에도 요즘 난독증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점점 더 확산 중이다. 마치 코로나 같다. 그에 따른 백신으로 신문을 읽는 게 으뜸이다.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