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인성시(惜吝成屎)라는 고사가 있다. 한마디로 말해 ‘아끼다가는 똥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필자를 포함해 대부분 사람들이 석인성시의 수준을 넘지 못하며 살고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특히 주부들은 귀한 그릇을 찬장에 넣어두거나 비싼 옷과 핸드백은 장롱 깊숙이 보관하기도 한다. 생각하면 이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테지만, 좋은 것은 아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쓰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좋고 귀한 것이기 때문에 먼저 사용하는 게 옳은 것 같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사실 세상에 아끼지 말고 부지런히 써야 하는 것들이 참으로 많은 데 그중에 재물도 포함된다. 다산 정약용은 재물을 안전한 곳에 숨겨두는 가장 좋은 방법을 凡藏貨秘密 莫如施舍 (범장화비밀 막여시사)라는 문장에 담아 제시했다. “재물을 남모르게 숨기는 비결은 널리 베푸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는 뜻이다. 여유당전서에 기록된 원문은 이렇다. 不虞火燒 無牛馬轉輸之勞(불우화소 무마전수지로) 而吾能수至身後 流芳千載(이오능휴지신후 류방천재) 天下有此大利哉? 握之彌固,脫之彌滑(천하유차대리재? 악지미고 탈지미활) 貨也者鮎魚也(화야자점어야) “도둑에게 빼앗길 것을 염려치 않아도 되고, 불에 탈까 근심하지 않아도 괜찮다. 또 소나 말에 실어 옮기는 수고로움도 없다. 

그런데도 나는 능히 내 죽은 뒤까지 꽃다운 이름을 천년토록 지닐 수 있으니, 천하에 이처럼 큰 이익이 있겠는가? 단단히 쥐려들면 들수록 더욱 미끄러워 빠져나가니, 재물이라는 것은 메기다.” 사실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재물이 아니다. 다만 그 재물을 어떻게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가 결정되는 셈이다.

노자도 말하기를 현자는 재물을 땅에 쌓아 두지 않고 사람들 가슴에 쌓아 둔다고 했다. 물론, 그런 현자의 수준에 도달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내가 발 딛고 사는 세상을 돌아보면서 작은 선행이라도 베풀면서 산다면 그런대로 의미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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