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을 광화문 광장에 촛불이 켜졌다. 그 촛불은 점점 커져 청와대 내실의 깊은 곳에서 지내던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파면시켰다. 박근혜는 국민들이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광장의 시위는 횟수를 더해가면서 엄청나게 불어났고 시위 군중의 민의에 떠밀려 하야하게 되었다. 44년 전인 1979년에는 대한민국은 아직 민주공화국이 아니었고, 국가의 폭력은 학교와 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들어 있었다. 유신헌법 하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친위세력인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간접 선출되었고, 대통령과 함께 대의기구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의 3분의 1 역시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간접 선출되었다. 

국민의 대의기관 직접 선출권을 박탈해 버린 유신헌법에 대한 개정 논의조차 긴급조치 1호를 통과해 금지했다.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국민의 자유는 억압되었고, 노동자의 권리는 인정되지 않았다. 1979년 8월 11일 YH 여공은 신민당사에서 꽃잎처럼 떨어져 죽었고, 신민당 총재 김영삼은 국회의원에서 제명당했다. 부마 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 사이에 부산과 마산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난 민주화운동 시위를 가리킨다. 

부마 민주항쟁은 마치 잠들어 있던 용암이 분출하듯 대학생, 고교생 시위에서 출발하여 일반 시민들에게로 순식간에 확산되어 박정희 유신체제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유신권력 내부의 갈등이 폭발하였고,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는 10월 26일 대통령 박정희를 저격, 살해하였다. 전두환은 박정희의 군부정권을 계승하였으나 부마 민중항쟁과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항쟁을 겪은 대한민국 국민은 전과 같지 않았고, 1987년 6월항쟁으로 민주공화국 헌법을 되찾았다. 

1980년 5월 필자는 여수에서 작은 교회를 섬기던 중 광주에서 일어난 끔찍한 국가폭력에 대응코자 다른 교회들과 연대하려 시도했지만, 협력을 받을 수 없어 외로운 씨름을 하며 정보기관들의 위협과 감시를 받으며 두려움에 떨었던 기억만 남아있다. 민중이 깨어있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고 절감하여 시민강좌를 개최했다.

함석헌 선생, 문익환 목사, 등을 초청하여 시민강좌를 실시함으로 필자 자신이 많이 배우게 된 것을 감사하고 있다.
연행되어 가면 무지막지한 폭력에 시달리는 두려움에 맞서서 항쟁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강한 정의감이 아니면 두려움을 뚫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유와 인권을 확보하기 위해 헌신한 분들의 용기와 희생을 딛고 오늘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서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몸 바친 님들의 희생에 머리 숙여 존경을 보내야 하리라.

역사를 잃은 민족은 희망도 미래도 없다. 역사의식, 시대정신이 절실히 요청된다.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도서관을 찾아 역사를 읽고 기억을 저장하고 떠올리는 편이 훨씬 두뇌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생각 없는 사람’이 되지 말고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함석헌). ‘의를 위하여 박해 받는 자는 복이 있다’는 말씀을 되새긴다. 진리가 굽어 넘어지는 일은 없다. 진리는 반드시 이긴다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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