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수제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학파를 소요학파(逍遙學派)라고 불렀다. 직역하면 산책하듯 거닐면서 철학적 토론을 주고받았다는 뜻이다. 생각하면 참으로 일리가 있다. 서로 산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생각도 맑아지고 마음도 정리가 되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아마 이들 철학자들은 즐겨 소요의 기쁨을 누렸던 것으로 보인다. 흔히 ‘산책길’을 페리파토스(Peripatos)라고 하는데 바로 소요학파가 일종의 페리파토스학파였던 셈이다. 동양 철학자 장자도 ‘소요유(逍遙遊)’를 강조했다. 소요유는 학생들이 소풍 가듯 여유자작 즐기며 노니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분별없이 게으르게 살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삶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미련을 두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요즘같이 초(秒) 단위로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다소 배부른 자의 한가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한발만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면 소요유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될 것이다. 조금 더 확대해석해 보면 자연의 이치와 순리에 따르는 것은 물론, 분수를 지키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철학이 바로 소요유 철학이다. 그래서 지금도 회자 되는 고사가 바로 산려소요(散慮逍遙)다. 직역하면 ‘걱정으로 가득 찬 생각(慮)을 흩어(散) 버리고 한가로이 노닌(逍)다’는 뜻이다. 산책(散策)이라는 말 역시 ‘대지팡이(策) 하나 짚고 이리저리 발길 닿는 대로 흩어져(散)져 간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렇게 할 때 좋은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사실이다. 어떤 문제의 대책(大策)을 강구 하는데 있어서 산책 만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올가을에는 그런 산책을 좀 더 자주 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 본다. 생각이 복잡할 때 우리 뇌는 몸에게 명령을 내린다. 당장 의자에서 일어나 산책을 하라고. 그렇게 해야 머리에 집중된 온갖 잡스러운 생각을 흩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창의적인 발상도 가능하고 또 신체도 자신의 탄력성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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