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가 익어 온 들녘이 황금물결을 이르니 아마 금년에도 풍년인가 싶다. 옛날에는 벼농사의 풍흉(豊凶)이 경제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과잉생산(풍작)이 골칫거리가 되었다. 쌀값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은 세계 인구의 절반인 약 40억 정도가 하루 세끼 주식으로 먹고 있다. 특히 인구 대국들이 그렇다. 

어떤 나라는 자국(自國)의 소비량보다 많은 생산량 때문에 걱정이고, 또 어떤 나라는 부족하여 기아(飢餓)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 내외지만, 주곡인 쌀과 보리는 100% 자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쌀의 과잉이나 가격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그 원인 중 가장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내용은 1인당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는데 의무 수입량은 조금씩 늘어 매년 41만톤이 되었다.

또 이문제는 벼재배 면적이 많은 지역에 어려움을 가중(加重)시키는 특성이 있다. 우리 시의 쌀농사 현황을 농업기술센터에 물었다. 3,825 농가가 1,288ha의 재배면적에서 6,300만톤 정도를 생산하고 15만 시민의 1년 소비량의 72.8% 자급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적다하지만, 재배 농가 입장에서는 경영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30년 전 우리 시의 벼 재배면적은 4,800ha 정도였다. 그동안 농지가 약 3,500ha 용도 전환이 된 것이다. 잘된 일인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공업화가 농가의 삶을 개선해 주었다 볼 수 없고 오히려 환경문제에 늘 신경을 쓰고 살아야 했다. 벼농사는 농가 소득 중 일반적으로 농업소득의 50% 내외를 점하는 기간 작목이다. 이렇게 재배면적이 줄다 보니 우리 시의 농업소득 비중이 1위 자리를 매실에 내주었다. 1,288ha는 앞으로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농지를 전용하여 공장이나 아파트를 짓는 일은 그만하자. 농지는 농가의 소득 기반이고 환경의 순기능을 제공한다.

우리 쌀을 지키는 데는 지역 쌀을 우선해서 사주는 이벤트 같은 것도 필요하다. 관내 기업들의 지역 쌀 구매사업이나 급식소 등 대량 소비처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의 참여는 성과 있는 방법이 되어왔다. 쌀 문제 해결에도 애향심은 필요하다. 애향심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밥 사먹을 일 있을 때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을 찾는 것이 애향심의 시작이다.”라고 50년 전 신품종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가 농가에 보급되기까지 우리 국민 상당수가 기아를 경험했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큰 서러움은 배고픔이다. 이런 상황을 증거 하는 말이 보릿고개다.

기성세대가 지나고 MZ세대가 성인이 될 즘에는 이런 단어는 일상에서 없어지고 말 것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식량이 무기화된다면, 또다시 겪어야 하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다수확의 시작이 되었던 통일벼는 1971년부터 농가 실증 재배가 시작되었고, 70년대 후반에는 상당한 면적의 확대와 정착에 이르렀지만,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관계 공무원들의 피땀어린 노고가 있었다. 우리와 같이 쌀 자급이 절실했던 어떤 나라가 같은 시기에 신품종 보급을 시도했으나, 우리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일도 있었다. 문화와 사회제도 그리고 공직자들의 노력에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밥상을 마주할 때마다 이들과 농사를 지은 분들에게도 감사를 느껴야 할 것이다. 올겨울에는 쌀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 농업인이 좀 편하게 농사할 수 있는 여건이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도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침밥은 꼭 먹고 다니고 밀가루 음식 대신 쌀음식을 가까이하는 일이다. 쌀을 먹지 않으면 그 생산 기반은 무너져 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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