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격상 영화가 되었건 드라마가 되었건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을 좋아한다. 온갖 고생을 다한 주인공이 마지막에 성공을 한다든지,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이 극적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장면은 불편한 마음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실성이 떨어진다며 싫어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이 병실에서 혼자 죽어가거나 온갖 고생을 다한 주인공이 끝내 좌절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패로 마무리하는 것은 영 마뜩잖은 것이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우리 현실이라는 게 얼마나 냉혹한지. 그래서 나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만이라도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분 좋은 마무리는 영화관을 나서는 내 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그렇지 않은가? 찰리채플린이 말하기를 우리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는데,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누구 인생이나 할 것 없이, 한 꺼풀만 벗기고 들여다보면 다들 한 짐이다.

나 역시 60평생 살아오면서 참으로 크고 작은 많은 일을 겪었다. 그렇다고 해도 불행한 일보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이 훨씬 많다는 사실에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그래서 나는 요즘 후배들이나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우리가 그처럼 꿈꾸고 추구하는 행복이라는 것, 알고 보면 간단하고 쉬운 일이라고. 지금 내게 주어진 환경을 감사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법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사소하게 여기거나 별것 아니라고 여기며 사는 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지금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살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병원에서 생사를 헤매고 있을 줄 모르고, 또 누군가는 직장을 잃고 방황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그런 일이 왜 꼭 내가 아닌 타인에게만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사람은 참 이상한 셈법을 가지고 있다. 타인의 불행에 관해서는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나의 불행에 대해서는 못견뎌 한다는 것인데 이 얼마나 이기주의적인 생각인가 말이다. 삶이 적어도 공평 하려면 남들이 당하는 고통을 나도 당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나를 비롯해 남편과 아이들은 지금도 직장생활 잘하고 있는데, 행복한 감정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행복할 행(幸)’자는 아무리 봐도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괴로울 신(辛) 자와 한 일(一)자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괴로울 신(辛)자를 보면 설립(立) 자에 열 십(十)자다. 문헌을 찾아보면 십자가 형벌은 로마 시대 때 가장 잔혹한 형벌 중의 하나라고 기록돼 있다. 그런 십자가 형틀에 서(立) 있다고 생각하면 아마 조금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행복하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음 한번 어떻게 먹는가에 따라 극과 극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나는 이를 가리켜 ‘생각의 재배치’라고 부른다. 같은 상황을 놓고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내용물은 전혀 다르게 인식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속가능한 행복을 꿈꾼다면 매일의 삶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에게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할 때는 일단, 좋은 일부터 헤아리고 감사하면 된다.

예를 들어, 접촉사고를 당했다면 내가 무사한 것에 감사하고, 뭔가를 시도하다가 실패했다면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면 된다. 혹자는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하겠지만, 최근 들어 신경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그런 긍정적인 해석이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과소평가(늘 시니컬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지만)할 일은 아니지 싶다. 그렇다. 긍정과 감사는 행복의 맛을 내는 중요한 레시피다.

추석을 며칠 앞둔 요즘, 나는 행복의 자가 셀프 주문을 외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자고. 그런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벌써 내 마음이 행복한 감정으로 가득 차는 것을 느낀다. 이런 감정이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하긴, 웃어도 하루요, 울어도 하루라고 하지 않던가. 물론, 울지 웃을지는 전적으로 당신 선택에 달린 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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