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제주는 ‘초토화된 섬’... 아픈 역사 보듬는 대한민국 다크투어리즘의 성지 
4·3평화공원과 너븐숭이 기념관, 희생지 곳곳에 스토리 표지판 세워 4·3 역사 한눈에... 

역사의 비극과 아픔을 잊지 않는 방법 중 하나는 ‘다크투어리즘’이라 할 수 있다. 1948년 10월 19일, ‘동포의 가슴에 총을 겨눌 수 없다’며 제주출동을 거부하고 여수에서 일어 난 ‘여순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큰 아픔’이다. 광양지역도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백운산이 있어 피해기간도 길었다. 다른 도시가 갖고 있는 학살의 흔적, 수탈의 흔적을 찾아 ‘여순사건’의 비극을 알리고, 희생자와 그 유족의 고통과 깊은 상처에 공감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우리 지역의 아픈 이야기가 생생한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한다.                               <편집자 主>
 

▲제주 4.3평화공원 앞 설치작품 ‘변병생 모녀상’ 토벌대에게 쫓겨 산으로 피신한 엄마 변병생(당시 25세)과 두 살배기 딸이 토벌대의 총에 맞아 숨졌다. 후일 눈더미 속에서 모녀의 시신이 발견됐다. 발견당시 엄마는 자신의 저고리를 벗어 아이를 감싸고 있었다고 한다.

1948년 4월 3일, 제주에서 일어난 ‘제주 4·3‘은 같은 해 10월 19일 여수에서 일어난 여순 10·19와 쌍둥이다. 육지 사람들이 설렘을 안고 떠나는 여행지 환상의 섬 제주는 당시 3만여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된 곳으로 도내 곳곳이 학살의 현장이다.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서부터 그 아픈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주국제공항(옛 정뜨르비행장) 남북활주로 인근에서 4.3희생자 유해 400여기와 2000여점의 유품이 발굴됐으며, 이 곳은 제주 4.3 당시 최대 학살터로 알려졌다. 

▶표선면 가시리 마을 ‘4·3길 센터’

▲ 표선면 가시리 희생지

주민들이 대량 희생된 제주 표선면 가시리 마을 주민 오 모 할아버지는 4.3당시 18세였다. 오 모 할아버지는 “사상이 뭔지, 이념이 뭔지, 그냥 땅 일구고 바다에서 먹을 것 구하며 살아가던 순수한 촌락민들이었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무고한 죽임을 당해야 했는지 알 수 없고 억울할 뿐이다”며 “영문도 모른 채 총부리에 찔리고, 맞고, 발길로 걷어 채였다.

그때 당한 고통의 흔적이 지금까지도 아프다. 토벌대는 한 사람 한 사람씩 사살 할 때 마다 총부리를 들이대며 박수를 치라고 했다”며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렸다. 오 모 할아버지는 가시리 버들못 근처 밭에서 76명의 주민이 학살당했다고 증언했다. 가시리 마을은 표선리 사무소 옆에 ‘4·3길 센터’를 운영하며 탐방객들에게 당시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전하고 있다.

▶조천읍 북촌마을 ‘너븐숭이 4·3기념관’과 ‘순이삼촌 문학동산’ 

조천읍 북촌마을은 500여명이 희생된, 4·3당시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곳이다. 1949년 1월, 군인들은 주민들을 북촌초등학교 운동장에 집합시켰고, 주민들은 ‘옴팡밭’, ‘너븐숭이’(넓은 돌밭이라는 뜻의 제주방언)일대로 끌려가 무참하게 학살당했다. 제주 출신 현기영 소설가의 ‘순이삼촌’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제주4·3은 군사정권하에서 오랜 기간 금기시 되다가 1978년 현기영의 ‘순이삼촌’으로 그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문학의 힘은 제주4·3을 세상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너븐숭이 4.3기념관 앞으로 애기무덤, 문학동산이 조성돼있다.

▶제주4·3평화공원

▲ 제주4.3평화기념관

제주4·3평화공원은 4.3사건으로 인한 제주도 민간인 학살과 처절한 삶을 기억하고 추념하며,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평화 인권기념공원으로 제주4.3사건에 대한 공동체적 보상의 하나로 이루어졌다. 2000년 4.3특별법 공포, 공원부지 매입, 조성기본계획 연구 용역, 현상공모, 건축공사, 전시물 제작 및 설치 등의 과정을 거쳐 2008년 3월 28일 개관했다.

남녀노소, 학생, 일반인 할 것 없이 평일 하루 평균 1,000여명, 주말 300여명 이상이 이 곳을 찾아 제주의 비극 4·3을 기억하고 인류 평화 기원과 인권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주4.3평화기념관 해설사 A씨는 “당시 제주는 레드 아일랜드, 즉 빨갱이 섬이라 불렀고, 국가는 많은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 제주4.3평화기념관

토벌대는 아이, 여성, 노인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며 “토벌대가 저지른 방화로 유서 깊은 중산간 마을들이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버렸다. 가옥 2만여호, 4만여동이 소실되는 등 중산간 마을의 95% 이상이 불에 타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중산간 마을에 남아있던 주민들이 대량으로 학살되었다. 100여개 넘는 마을이 돌아갈 수 없는 잃어버린 마을이 되어버렸다”고 설명했다.

해설사 A씨는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온 한 여성 관람객이 해설이 시작 되자마자 눈물을 글썽였다. 자신의 아버지가 4.3사건 당시 토벌대였다며 제주에 오면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다고 말하더라”며 제주 한 달 살이를 하러 온 부부의 이야기를 함께 전해주었다.

한편 제주4·3은 1947년 3월 1일, 제주읍 관덕정 마당에서 열린 삼일절 28돌 기념집회에 참석한 시위 군중을 향해 경찰이 발포하면서 민간인 6명이 희생당한 것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발생해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된 사건을 말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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