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한번 들어 보세요. 울집은 동배 용배 양배 현배 순자 정자 종배인데, 울 할아버지께서 지으셨겠지. 우리 대에서 남자는 배(培 : 북돋우다)자 돌림이고 여자는 자(子 : 아들 , 학자)자 돌림이지.

고향 태인도 1구에 와서 아무 글자에다 배를 붙여서 ''○배야~''하고 부르면 어느 집에선가 ''저를 찾으십니까? '' 하고 대답할정도이지. 옥배 경배 치배 선배 광배 익배 등등. 아마도 각 집안의 어른들께서 손주를 보시고서는 좋은 말들에다 培를 붙여서 이름을 지으셨는데 먼저 태어난 애들에게 우선적으로 붙이시어 작명을 하셨지만 나중에는 많은 이름을 培자돌림과 子자돌림으로 하다보니 적절한 의미의 한자도 없고 또 개성이 없다고 생각하셔서서 돌림자로 않하신것 같기도 하지. 그래서 우리 형제들의 이름을 어떤 의미로 지으셨던것일까 하고 내가 곰곰히 생각해 봤네. 물론 나의 주관적인 해석이라 꼭 맞다고 할수는 없지.

동배는 東으로 동서남북의 처음에 표기되어 방향의 첫째이고, 사계절중에서 봄을 東으로 비유해 東風은 봄바람, 西風은 가을바람으로 비유적으로 표현하니 계절의 시작이자 처음이고, 해가 동쪽에서 뜨니 하루의 시작도 의미하지. 즉 첫째를 의미하지. 큰 아들이라고 그러하신듯 하네.

용배는 龍으로 상상의 동물이지만 신비하고 상스런(祥 : 좋은 징조의 , 행운의 )의미로 많이 쓰이고 옛날에는 임금을 의미했네(용안 용포 용상). 그러니 동물의 으뜸이라고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사자, 호랑이하고는 비교불가하며 만인지상(萬人之上 : 임금)을 의미하지. 그런데 한자(漢字)는 하나의 뜻만 있지않고 공동의 뜻을 가지고있어 상황에따라 적절하게의미를 부여해야 하는데, 안타갑게도 현대의 크리스챤들중 龍을 이름자중에가지고있는 어떤 사람들은 龍을 상상의동물인 용(Dragon : 성경에서는 사탄을 비유함 )으로 해석을하고서 더러는 개명(改名)을 하곤하지.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동생 순자(順子)의 이름이 아들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듯이.

양배는 良으로 어질다라는 의미로 너그럽고관대하여 뭇사람들을 아끼고 돌아본다는 뜻이지. 사람이 옳고 그름을 분별하여 도덕적 기준을 삼는 가장 근본적인 마음을 의미하는 양심( 良心)이라는 말이 대표적이지.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상황에서 우리들이 흔히 양해(良解 )바랍니다 하잖아. 良妻(양처: 어질고 똑똑한 아내)라는 말도 있지. 그런데 우리 형님은 조금 터프해서 ''ㅑ''를 뒤집어 영배(英 : 빼어나다,영웅)라고 해도 좋았을 텐데. 이름대로 제자리 찾았다면 혹시나 별을 꿈꾸는 군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 많이 아깝지 !

현배는 炫으로 글자의 의미 그대로 어둠을 밝힌다라는 뜻인데 쉽게 말하면 등불이지. 그런데 나의 재미있는 해석은 이러하지. 우리가 태어나던 그시대의 최고 학자중의 한분이 외솔 최현배선생 이신데 아마도 학문쪽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현배라 이름하신듯한데 한자는 같지 않고 한글 소리만 같지. 그런데 내가 이름값을 할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아름다운 시를 다만 몇 편이라도 만들어 뭇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그리움의 흔적을 희미하게라도 떠올리게 한다면 이름값은 하는게 아닐까?

순자는 順으로 여자의 성품 중 가장 보편적으로 누구나 가져야 하는, 쉽게 화를 내지않아 온유하여 여러 사람과 잘 소통하여 모나지 않고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의미이지. 그런 의미로 인생 60을 이순(耳順)이라하는데 하늘의 뜻에 귀가 순(順)하여 자신의 생각에 고집부리지 않고 들어 깨닫게 됨을 의미하지.

우리 때의 여자애들의 대표적인 이름은 순이ㆍ영이 인데 후에 어릴 때는 귀엽고 앙증스럽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 호칭으로 하기가 다소 어색할듯해서 당시에 흔하게 붙였던 자(子)를 붙였겠지. 내가 생각하기에 子의 의미는 크게 두가지인듯한데 첫째가 아들 놓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고, 둘째는 여자이지만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인듯하지. 그 근거는 공자 ㆍ 맹자인데 달리 말하면 동양에서는 대학자이지. 그래서 감히 학문이 뛰어나다고 학계에서 쉽게 子자를 붙일수 없거든.그냥 이름상으로만 子를 붙여줄 뿐.

정자는 正인데 바르다, 곧다의 뜻이있어 사람의 됨됨이와 기치관을 표할 때 가장많이 사용되며 , 정직ㆍ성실로 표현되고 있고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신뢰나 신용으로 나타낼 수 있지. 그런데 만약 내가 이름을 짓는다면 正子라고 하지 않고 한자를 情子라고 할 것 같아. 情이라는 말은 우선 보는 순간 사람의 마음이 포근해지면서도 따뜻해지고 어딘지 모르게 친숙함이 물씬풍겨오는 아주 독특한 한국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애틋한 단어거든. 사랑이라고 말하기는 어색한, 그러면서도 사랑인듯한 우리만이 느끼고 있는 말이 情이거든.

종배는 宗인데 쉽게 말하면 종교성이 강해서 영적인 지도자가 되라는 의미지. 그런데 동생은 정말 이름대로 목사가 되었어. 난 사실 동생의 이름을 지을 때 할아버지께서 宗이 아닌 終(마칠 종)을 써서 막내라는 의미를 나타내야 하는데 이름에는 사용해서는 아니 되기에 속뜻은 宗이요 겉뜻은 終으로 나타내지 않았냐는 나름대로 해석도 해보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재미있는 추측일 뿐이지만 말야.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 앞집은 딸이 다섯인데 막내 딸의 아명(兒名 : 아이 때 집에서 편하게 부르는 호칭)이 끝순이었고 어떤 집에 자식이 아홉 명인데 첫째는 종주(宗主)이고 막내인 아홉째는 종구(宗九)이지. 그러니 종배(終培)라고 지으시려하셨을지도 모른다는 나의 추측이 억측은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이담에 손녀를 봐서 이름을 지어주려면 我喜(아희 : 나의 기쁨 )나 我希(아희 : 나의 소망)라고 지어주고 싶네. 찬송가 가사중에 ''나의 기쁨 , 나의 소망되신 주''라는 구절이 있어. 같은 의미지. 한글 발음상으로 어감도 좋아 여성스럽고 신앙적인 뜻도 있고 말이야. 요즘은 예쁜 한글 이름도 많아. 빛나 영리 한둘 기쁨 고은 등등.

그런데 ‘한둘’은 아내의 이름이지. 내가 자기는 이름이 왜 한둘이냐고 물어보니 원래는 자매들의 돌림자로해서 윤옥이라고 해야되는데 외아버지(장인)께서 호적에 올릴 때 그만 까드셔서 애드립으로 적으신 것이 ‘한둘’이어서 이름이 ‘한둘’이 되었다 하드만. 그래서 내가 그랬지, ''외아버지께서 다른 것은 몰라도 자기이름 하나만은 실수로 잘 지으셨네. 아마도 예쁜 한글이름대회라도 있으면 상이라도 탈걸'' 했다네. 그래도 집사람은 별로라고 생각하나 봐. 최현배가 그렇다고 해도.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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