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일본기업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관련 기업의 국내 재산 압류 신청이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두 나라 사이에 또 다른 형태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일본 정부는 압박 수단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반도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을 중심으로 한 수출 규제를 감행(敢行)하였다. 이에 대해 우리도 “가지도 사지도 않겠다.”는 No Japan 운동이 시민단체 주도로 확산되고 반일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일본의 맥주와 의류의 판매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반도체의 소부장은 수입선을 바꾸거나 일부는 국산화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대일 무역적자는 줄어져야 했고. 그를 위해 일제 상품을 무작정(無酌定) 좋아하는 분위기가 우선 개선되어야 했다. 이번 기회가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 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보았다. 옛날에는 확실하게 품질의 차이를 느껴 비싸더라도 일제가 경제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다. 술의 경우 당시는 일본 맥주가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맥주는 물론이고 위스키까지 일본 술이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술은 민족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가 함축된 문화 상품이다. 지난 36년간 일제강점기 때도 나라는 빼앗겼지만, 문화는 지키려고 애썼던 우리 선조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또 한가지 지적받고 있는 상품이 운동기구이다. 특히 채를 들고 하는 운동에서 일제(日製)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No Japan 운동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교수로 있는 경제평론가 일본인 오마에 겐이치가 주간 포스트에 올린 “불쌍한 나라 헬조선 내버려 두자”라는 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한국은 분노만 할 뿐 일본 에게는 큰 손해가 없다. 한국 국민들은 일본 관광을 즐기며 친일하고 있다.”

2023년 7월 말 NHK TV에서 YES Japan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서 나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 전 오마에 겐이치가 한 말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No Japan은 YES Japan으로 그리고 Go Japan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어떤 시민단체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일본 총리 집 앞에까지 가서 찬성한다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일본까지 가서 찬성한다는 의사표시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무척 좋아하고 있었다. 특히 이노우에 다케히코 원작의 The First Slam Dunk는 큰 흥행을 보여주었다. 그런가 하면 일본식 술집에서는 일제 위스키를 칵테일로 즐기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TV 영상으로 보여졌다. 앞서 지적한 데로 일본 맥주와 위스키의 소비량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의류 판매도 19년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또 23년 현재 일본에 오는 관광객 3분의 1이 한국인이라고 했다. 물론 엔저(円低) 현상과 저가 항공이 그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여러 상황 속에서도 필자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따로 있다. 우리말의 오염이 그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도 영어를 너무 많이 섞어 쓰고 있다. 이것도 시정되어야 할 일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주저하지 않고 사용되고 있는 한본어(韓本語)가 또한 걱정이다. 한본어는 해방 후에 많이 사용되었다. 

그동안 꾸준한 국어 순화 교육을 통해 없어지다시피 줄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유행되고 있다고 한다. 한본어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결합 되어 사용하는 말이다. 재미 삼아 사용하는 것 같으나, 우리 문화를 좀 먹는 나쁜 언어 습관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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