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나 장기를 두다 보면 직접 바둑을 두는 당사자 보다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판세를 더 잘 읽는 것을 볼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훈수 두는 사람이 한 수 아래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나온 고사가 바로 ‘반외팔목(盤外八目)’이다. 물론 자주 인용되는 고사는 아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고사임에는 틀림없다. 원래 뜻은  바둑을 직접 두는 사람보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여덟 집 정도 유리하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바둑판 앞에서 서로 맞대결을 하는 사람은 승부에만 집착하다 보니 수를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더러 그런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내가 너보다 한 수 위인데,,,’ 하는 마음 때문에 실제 바둑판(자신의 현실 문제)의 흐름을 잘 읽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착각은 현실 속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내가 너보다 낫다는 착각, 내가 최고라는 교만, 쓸데 없는 자존심 등이 마음을 가리는 바람에 실패를 자초하는 것이다. 

물론 바둑 승부가 끝난 후 다시 복기(復碁)하다 보면 자신이 왜 그렇게 오판했는지 발견하곤 스스로를 질책하기도 한다. ‘그때 그 말을 들었더라면...’ ‘그때 자존심을 내려 놓았더라면...’ 등등 후회가 꼬리를 물고 일어날 때가 있는 것이다. 사람이 완벽하지 않는 이상, 타인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지나치게 귀가 얇은 것도 문제지만 남의 말을 무조건 불신하고 무시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어리석은 일이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하고 리더자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아랫사람들 말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지위가 높아질수록 귀를 닫는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다. 설령 본인이 경험도 많고 아는 지식이 많다고 해도 현실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늘 열린 마음과 열린 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설령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릴지라도 귀는 열어두는 게 좋다. 소위 말하는 꼰대가 되지 않는 비결도 거기에 있다. 사람은 이상하게 잘 들어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내 말이 전달된다는 사실만 알아도 그 사람의 마음을 사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 공자님도 이청득심(以聽得心)을 강조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청득심이란 듣는 자체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다는 의미인데, 논어의 ‘위정 편’에 나온다. 아니, 좋은 리더십의 기초는 경청이라고 했으며, 리더자는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지, 이해되려고 노력하지 마라고 했던 것도 다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이 그처럼 강조하는 공감(共感)도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데서 출발하는 법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고개 한 번 끄덕이는 것을 그렇게들 어려워한다. 잘 듣는다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다는 증거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시간을 내서 진심으로 경청하는 것은 그들이 당신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못 이해하거나 오해하면,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듣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렇다. 경청만 잘해도 문제의 90%는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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