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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으면 망한다양관수 소설가
  • 광양경제신문
  • 승인 2023.08.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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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과 집단 상담할 때였다. 책읽고 토론하고 글 쓰면서 청소년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대화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6학년 여자애가 발표도 활발하고 글도 잘 썼다. 그 애와 대화하던 중 필자가 ‘엄마에게 말해 친구가 더 많이 읽고 쓰도록 뒷받침해 주시라고 할까?’ 했다. 그 애가 깜짝 놀라며 ‘큰일 나요. 엄마는 내가 시험 성적 올리는 공부만 하게 해요. 동화 읽고 글 쓰는 거 엄마가 알면 저 혼나요.’ 했다. 다른 청소년 7명이랑 진행할 때였다. 


교재가 청소년 소설인데 ‘판타지아’라는 가상공간을 다룬 내용이었다. 필자가 교재를 소개하며 좋은 책이니 한 권씩 구입하라 했다. 한 친구가 ‘참고서 사는 게 더 나아요.’ 했다. 다른 애들은 ‘안 사고 도서관에서 빌리면 돼요.’ 했다. 첫 응대 친구는 끝까지 책을 안 들고 참석했다. 다른 5명은 책을 가져오다 안 가져오다 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었다. 딱 한 친구만 책을 샀다.

어느 초등 고학년 담임 선생의 사례도 소개한다. 선생님께서 언젠가 시 읽고 시 쓰고 발표하는 수업을 했다. 저녁에 선생의 핸드폰으로 젊은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다. 수업 시간에 시 읽는 그런 쓸데없는 짓을 했냐는 말이 들렸다. 또 애들 학력이 떨어지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따졌다. 선생은 죄송하다고 했다. 두 달 후 선생은 시 수업을 또 했다. 이번엔 젊은 엄마가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 그리고 선생은 교육청과 교장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이후 선생은 시 수업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청소년들 뒤에 누군가가 있어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다. 그 대상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짐작보단 구체적인 학문적 논리로 접근하겠다.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어린 주체의 제1대타자를 모성, 제2대타자를 부성이라 했다. 대타자는 어린 주체에게 뭔가를 입력하고 학습시키는 대상을 말한다. 이를 근거로 청소년들에겐 엄마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할 수 있다. 일반적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린 청소년들은 학습되지 않은 걸 말이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어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위 사례들과 라캉의 이론은 청소년 뒤에 엄마가, 엄마 뒤엔 사회가 버틴다는 걸 알게 한다. 사회는 엄마 아빠 자녀의 융합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라캉식으로 말하면 사회에서 엄마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지금 엄마들이 공부한 30여 년 전과는 세상이 180도로 바뀌었다. 그런데 어린 주체를 기르는 엄마와 사회의 교육적 사고는 달라진 게 별로 없다. 학력이라는 건 이미 다 디지털화 돼 있다. 공업적인 계산은 핸드폰 앱으로 물리학적 수학도 컴퓨터로 처리한다. 그 외 자료-학력들은 거의 디지털화 돼 누구나 쉽게 찾아낸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력 더 나아가 상상력은 디지털이 흉내 내지 못한다.

누군가의 사고력은 그의 머릿속에 저장된 언어 능력과 정비례한다. 그 능력은 책 읽고 토론하며 글쓰기 과정에서 키워진다. 거듭될수록 막강해진다. 꼭 필요한 책은 사는 게 좋고 독서학습은 반복할수록 어휘력을 키워준다. 학교에서도 창의적인 수업이 필요하다. 암기하고 정해진 답만 짧게 써내는 학력 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엄마와 사회가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망한다. 그 징조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미 나타나는 중이다. 엄마들이 먼저 달라져야 우리 사회가 안 망한다. 지금이라도 청소년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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