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장난감 기원은 무려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 최초의 놀이가 장난감인 셈이다. 문명이 발달했건 발달하지 않았건 아이들은 상황에 맞는 도구를 가지고 놀면서 지능을 익혔고 또 사회생활을 터득했던 것이다. 그런 거창한 의미는 아니지만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 독특한 기획전이 전시되고 있는데, ‘명작동화와 함께하는 현대미술 토이스토리’가 그렇다.

전시공간은 1층과 2층으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요즘같이 무더운 날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와서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기에 더 없이 안성맞춤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주최는 한국문화예술회관 연합회, 광양시 (유)아트인어스이며 후원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다. 

안내요원을 맡고 있는 백순옥 광양읍주민자치위원장은 “이번 전시는 단순한 그림 전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미래의 꿈과 희망을 심어 주고 부모들에게는 장난감의 역할이 아이들 지능과 감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 수 있는 뜻깊은 전시”라며 “누구나 와서 관람해도 따뜻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명 이전부터 장난감은 아이들의 꿈과 상상, 호기심, 모험의 동반자였다. 

우리는 장난감과 함께 성장하였고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장난감과 함께 성장하고 있으며 예술가들에게 장난감은 창작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영감의 원천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는 4명의 현대 작가 이용제, 이주은, 임성희, 임현채(가나다순)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동화 삽화가 김삼현과 글렌다 스브렐린, 데이비드 핀토가 그리는 장난감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용제 작가의 작품은 어린 시절 한 번씩 만들었던 비눗방울을 연상시킨다. 비눗방울은 짧은 시간 공기 중에 떠다니다 “팝” 하고 사라져 버리지만 순간의 영롱함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 순간이자 영원이기도 한 그 시간이 고스란히 버블로 “캡처” 되어 남아 있는 셈이다. 오래전 사진을 보면서 그 순간으로 돌아가듯 작가의 버블 작품을 통해, 관객은 장난감과 함께 했던 시간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주은 작가는 시간을 품고 있는 사물의 표현에 집중하는 작가다. 작가의 작품 속에는 종종 오래된 장난감이 등장하는데, 장난감은 시간을 품은 대표적인 사물이기 때문이다. 전시에 소개되는 「사물극』 작품은 작가가 목수의 작업실에서 마주친 자투리 목재와 연장 그리고 부속물들로, 목수의 시간이 쌓인 물건들로 구성했다. 사물극 속에서 장난감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대하게 확대되어 재현된 목수의 사물들은 관객에게 시간이 녹아 있는 놀이와 장난감을 연상시킨다. 

임성희 작가는 아이들의 일상의 흔적 위에 자신의 소회를 담아 작품을 시작하고 완성하는 작가다. 육아와 작업을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작품으로 수용함으로써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 함께 그 창작 과정에서의 즐겁고 따뜻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는 것. 그녀의 작품은 여러 개의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화음을 만드는 합주곡의 느낌을 장난감을 모티브로 한 회화예술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임현채 작가의 작품 속에는 마구 쌓아 올려진 장난감들이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가끔씩 이 거대한 장난감 덩어리들은 말도 안 되게 작은 코끼리의 등이나 미니 자동차에 실려 위태롭게 산도 넘고 강도 넘고 도시도 가로지르고 있다.

작가 자신 또한 엄마 작가로 아이들을 돌보면서 작가로서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자신의 삶의 모습을 장난감 회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각 공간 연출도 재미있게 꾸며 놓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을, 어른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선물해 줄 것이다. 전시는 오는 18일까지 이며, 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는 물총놀이 벽화 그리기, 이상한 나라의 티파티 완성하기, 나만의 장난감 만들기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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