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만 공식적으로 818번을 밟은 여인이 있다. 바로 중마동에 거주하면서 그동안 4권의 시집을 출판한 정애경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온도계가 섭씨30도를 가리켰던 지난13일, 무더운 염천 더위도 정 시인의 발길을 붙들지 못했다. 매주 그래 왔듯이 이날도 배낭에 가벼운 시집 한 권과 간단한 요기 거리를 챙겨 넣고 집을 나섰다.

조계산은 순천에 있는 명산의 하나로 많은 등반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다. 대부분 산이 그렇지만 조계산 역시 계절마다 다양한 연출로 등반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정시인이 조계산을 찾는 이유는 딱 하나다. 조계산에 들어 설 때마다 잠든 오감과 세포들이 모두 깨어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

“조계산에만 오면 나도 모르게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특히 지인들과 등반을 마친 후 보리밥집에서 막걸리를 한 잔 마시는 기분은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경 그 자체” 라며 “조계산은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동반자다. 떨어지는 낙엽 하나, 피어나는 꽃한송이 그리고 흘러가는 계곡물을 보노라면 그 자체가 바로 가장 아름다운 한편의 서정시라는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산을 다니면서 얻은 시상도 꽤나 많다고. “여름산은 그 자체만으로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아름다운 병풍이요, 흐르는 계곡물은 줄이 없는 천년의 거문고”라며 입이 닳도록 조계산을 예찬했다. 그간 꾸준히 자기만의 색깔을 가미한 시를 발표해 온 정시인은 1000번 째 등반 때에는 자기만의 특별한 이벤트를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오경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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