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수많은 단어 중에 가장 중요한 단어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필자는 사랑, 꿈, 희망, 이라는 단어를 놓고 고민하다가 끝내 ‘약속’ 이라는 단어를 선택할 것이다. 사랑도 꿈도 희망도 역시 자신과 상대에 대한 굳건한 마음가짐에서 시작되기에 나는 약속이라는 단어에 가장 많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이다. 이 약속 중에 제일 어려운 약속이 자신과의 약속일 것이다.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기에 ‘작심3일’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 같다.

자기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자기 자신이 자신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기, 뒤에서 남의 말 안 하기, 자기 말보다 남의 말 잘 듣기 등 스스로에게 많은 약속을 해놓고 나중에 보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자신 외에 약속의 이행 여부를 강제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옛 속담에 ‘열 번 재고 가위질은 한 번에 하라’는 속담이 있다. 약속을 비롯해 무슨 일에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정확하게 실천하라는 교훈이 들어있다.

약속을 잘 지키는 방법 중의 하나는 약속을 적게 하는 것이다.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약속부터 하루에 2~3가지를 정해서 작은 약속부터 철저하게 지키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일 평생 살아 가는 것을 하루에 비교해 보니 이제 오후에 다다른 것 같다. 아침, 점심을 지나 늦은 오후에 이르러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으니 자기 자신에게 책임 있는 약속을 해야할 시간인 것 같다. 지금껏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니 새벽을 열며 참 열심히 살아왔다. 고비 고비마다의 선택이 다 옳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름 슬기롭게 판단했고 주위의 도움으로 생활의 안정도 가져왔다. 

다만 소년시절부터 꿈꾸어 왔던 ‘국가를 위해 헌신’ 하겠다는 포부를 펼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이것은 나의 능력 부족과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니 나 자신의 실력을 탓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 자신이 지역을 위해 기여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깊이 숙고해 본다. 다행히 살림을 일구어온 어머님, 아내, 그리고 나의 몫이 부족하지 않게 남아있다. 이것저것을 살펴보니 옥룡의 농장은 나 자신이 소신껏 사용해도 누가 말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약 1500여 평의 부지, 건물 3동, 700여개의 항아리, 영농조합법인의 사업체 등의 재산가치를 헤아려 보니 적지 않은 시가 액이 나온다. 나는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이 농장을 수 년전부터 국가나 지자체에 기부하고 가야겠다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해왔다.

이 약속이 나 혼자 마음먹고 있는 다짐이라면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확률이 클 것이다. 나의 이 작은 의지가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와 사회적으로 약속되어 질 때 나는 그 약속에 대한 책임을 더욱 굳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은 너무나 공평하다. 돈도 권력도 그 누구도 그것을 가지고 먼 곳으로 갈 수 없다. 아무리 오래 살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하고 살 수 있는 수명은 120세를 넘길 수 없다고 본다. 세상 사람들이 늙지 않고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고 가정하면 이 세상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 것이다. 누구나 다 버리고 떠나야 한다. 그리고 원래 이 세상에 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잠시 내가 관리했을 뿐이다. 

나는 오늘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일하고 있다. 하나하나 내려놓고 가야 하기에 더 소중하게 더 성심껏 가꾸어 놓고 싶다. 1500평의 아담한 농장에 우리 가족들의 이야기와 추억을 만들어 놓고 싶다. 사계절 꽃을 피워 주변의 옥룡사지와 동백공원과 어우러진 ‘어머니의 정원’을 오롯이 시민들께 선물하고 길을 떠난다면 이 얼마나 멋있고 아름다운 여행이 될 것인가? 언제일지 모를 그날 행복한 마음으로 하늘로 돌아가는 날, 나는 생명을 주신분께 후회 없이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다는 기행문을 자랑스럽게 보여 드리고 싶다. 삶의 여행은 누구에게나 살아가야 할 참된 가치가 있고 우리의 터전 광양은 영원히 아름다운 이름으로 길이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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