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츠와 레이코마루(여흥환)는 광양항과 일본 시모노세키(下關)항을 오갔던 여객선 이름이다. 레이코마루는 하포항-여수-부산-시모노세키항으로 이어지는 노선으로 일본기업 조선기선주식회사가 운영하였다고 한다. 1912년(1923년이라는 의견도 있음)부터 1930년까지 하포항이 출발항이었지만, 순천·여수 간 전라선 개통으로 1930년도 말에 여수로 옮겨갔다.

이 부분에 대해 여수시지를 확인했더니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1930년 12월 25일 여수와 시모노세키 사이에 정기여객선 흥아환(興亞丸)이 취항하였고 일본 천기기선주식회사에 의해 개척되었다. 출발지가 여수로 옮겨가면서 운영회사와 선박의 이름이 바뀐 것인가? 더 이상의 확인이 불가능했다. 이 뱃길은 해방이 되면서 결국 폐쇄되었다. 나는 항만공사에서 하포항에 사적(史蹟) 표시를 해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드린 바 있다. 물론 아직 답은 없었다. 하포항은 1912년에 개항된 것으로 우리시지(市誌)는 확인하고 있다.

여수항과 비교하여 같은 시기 이거나 오히려 우리가 빠른지도 모른다. 어째서 일본은 하포항을 합병 후 2년 만에 급히 개항했을까? 많은 의견들이 광양광산과 김, 뱀장어 등 수산물의 수탈과 연관이 된다고 하였다. 개항이 되고 일본 여객선이 다니면서 하포는 북적거렸다. 초등학교도 빨리 생기고 면사무소도 경찰주재소도 여기로 옮겨왔다. 배 하나 들락거린다고 지역이 호황을 누리다가 뱃길이 끊기자 폐항(廢港)에 이르고 다시 종전의 어촌으로 돌아갔다. 하포항이나, 여흥환에 대해서는 전문가에게 맡겨 다시 자세한 조사가 되었으면 한다. 레이코마루의 노선이 폐쇄되고 80년 만에 시모노세키와 모지항 정기 노선이 다시 개설되었다. 2011년 1월 23일 첫배를 띄웠다. 향토기업인 광양훼리(주)가 운영사로 전남도와 광양시의 지원이 함께했다. 그 배가 비츠였다. 승객 750명과 화물 200TEU를 동시에 실을 수 있는 16천톤급 철선이다.

목선(木船)인 레이코마루에 비해 몇 배 큰 배였다. 운행을 해가면서 승객과 화물은 조금씩 증가하였다. 수도권 여행사들은 일본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기존의 부산항보다 광양항의 비츠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국내 비용이 절감되고 이동시간도 부산보다 적게 소요되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전남농업의 활로를 대일수출에서 찾고자 애쓰고 있던 시기에 부산까지 가지 않고 광양항에서 선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비용과 선도유지 면에서 매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우리시는 이미 2004년부터 광양항에 농산물 수출 센터를 원예농협에 맡겨 운영하고 있었다. 수출센터에 집하된 수출 농산물은 저온 보관, 선별, 포장하여 부산항으로 보내거나 일본 시장 상황에 따라 국내도매시장에 출하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는 두달 만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의 지진과 해일로 후쿠시마 원전의 멜트다운이 있었다. 이사고 이후 화물은 물론 승객이 100명 이하로 줄어 경영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2012년 2월 비츠의 시모노세키 노선 운행은 중단되고 말았다. 일년 동안의 실적을 보니 일본인 1,830명을 포함한 승객 33천여 명과 농산물 488TEU, 포스코 냉연코일 900여톤 및 기타 화물이 운송되었다.

2012년 이후 광양훼리(주)는 운행 재개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쏟고 있지만 성과는 여의치 못하다. 더군다나 코로나 기간을 지나오면서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이제는 일본과의 외교관계도 좋아지고 시장 여건도 변화가 뚜렷한 만큼 빠른 운행 재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는 도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중요한 사안임을 의심치 않는다.
특히 수출 농업의 육성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는데 필수적인 요건이 될 것이다. 전남의 세계화를 위해 도민 모두의 마음이 모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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