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는 입학에 전혀 의미를 갖지 않은 서류 한 장으로 한 젊은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그 삶을 지워버렸다. 부산대는 이미 입학에 표창장이 영향을 미치지 않아 업무방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던 바가 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그런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외부의 압박이 가해졌다는 추론이다. 압력에 굴종하는 순간, 대학은 교육의 주체가 아니라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다. 알아서 기었다고 해도 ‘이성(理性)의 몰락’은 더욱 비참하다 고려대는 10년전이라 자료가 폐기되었다고 해놓고 관련자료가 있지도 않은데 범법자로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전력을 다해 성취한 것들은 모두 무(無)로 돌렸다. 

당사자는 이를 두고 ‘사형선고’라고 절규했다. 어떤 시정잡배나 무뢰한이 벌인 일이 아니라 이른바 교육자들의 살해행위다. 그것도 최고지성의 명단에 오른 자들의 후안무치(厚顔無恥)다. 교육의 제1조는 사랑이다. 그건 학생, 또는 제자의 미래에 대한 뜨거운 응원을 의미한다. 그 미래를 꺾는 것을 우리는 폭력이라고 부른다. 부산대와 고려대학이 그 폭력의 직접 실행자가 되었다. 지난 세월 학생으로서 조민양의 노력을 단번에 산산 조각을 냈다. 모두가 야만의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되었고 사랑과 진리를 추구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대학만 모르는가?

군대에서 아들이 말썽을 일으켰다고 치자. 생활관에서 후임을 갈기고 폭행을 일삼다가 소대장에게 발각됐다.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고 꾸준히 이어져 온 상습구타다. 자칫하면 구속될지도 모르게 생겼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사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자초지종을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학교라고 다를까? 아들이 학폭사건에 휘말렸다. 동급생을 일년 넘도록 괴롭혀 온 사실이 드러났다. 마땅히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고 피해 복구 및 재발방지책을 모색해야 한다. 실제로 이 일이 10년 전 하나고등학교에서 일어났는데, 거짓말처럼 ‘없던 일’이 됐다. ‘학폭위’는 열리지 않았고, 가해자 학생은 징계도 없었고 일반고등학교로 전학 가더니 버젓이 명문대학교에 입학했다. 

지금 방송통신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 특별보좌관’의 아들 이야기이다. 당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지낸 ‘권력실세’였다. 아들의 ‘학폭 연루시비’가 불거지자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단다. 지위를 이용해 사건을 뭉갠 것 아니냐고 야당 의원들이 지적하자, 진상을 알아봐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을 늘어놓았다. 교감, 교장, 중간 단계 다 건너뛰어 실권자 재단 이사장에게 직통전화를 넣을 수 있는 학부모가 몇이나 되겠는가?

아들이 피해자 4명 중 1명과 ‘화해했다’는 내용을 강조하며 “지금은 아들이나 그 학생이나 서로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항변하는 이 위원장을 감싸고 도는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 인사들은 최근에 터진 ’정순신 사태‘의 교훈을 깜박 잊은 걸까? ’선관위‘에서 터진 일련의 ’아빠찬스’ 의혹은 매섭게 몰아붙이면서 자기 식구에 대해선 관대하기만 한다. 정의와 진실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남의 눈의 티끌을 지적하려면 적어도 제 눈의 들보는 빼고 달려들어야 정상이다.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마당이다. 그 핵심에 방송통신 위원장이 존재한다는 사실,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어쩌다 대한민국은 불평등 공화국이 되었나’라는 책을 보았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민주주의를 누리는 국가로 발전했지만, 심각한 사회불평등 문제를 안고 있다. 상위 소득 10%가 국민소득 절반가량인 소득 46,5%를 차지한다. 낮은 출생률과 높은 자살률, 남녀.비정규직 임금 격차와 노인층의 빈곤 등 미국 다음으로 불평등한 곳이 한국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공정의 가치’를 추구하고 개인의 역량 강화와 사회적 자유의 확대를 원칙으로 제시한다. 이를 위해 누진소득세 강화, 보편적 사회보험 확대, 공공부조와 노인기초연금 인상, 청년수당 도입 등 적극적인 공공정책의 제도 개혁을 주문한다. 국정에 참여하고 있는 지도자라면 상식으로 알 수 있는 해결책이다. 이제는 집단이기적 정치 싸움에서 벗어나 상식과 공정이 통하는 민주 사회가 이루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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