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양관수

나는 30~40대쯤 등산에 깊이 빠져 있었다. 20년에 이르도록 주말이나 휴일마다 거르지 않고 여러 산을 찾았다. 가장 많이 드나든 곳이 지리산이다. 내 자료에 따르면 지리산만 400회가 넘는다. 다음으로 무등산, 월출산, 백운산을 많이 넘나들었다. 조계산은 지리산 가기 전날 몸 풀러 다녔다. 그러니 조계산 등반 횟수를 헤아리긴 어렵다. 조계산을 들른 다음날 지리산 산행은 그렇지 않은 날보다 가뿐하고 부드러웠다. 

어느 해 가을엔 한 달 동안 지리산을 250Km 주파하기도 했다. 그 외 설악산 등 멀리 타도에 자리 잡은 산을 오르내린 사안은 언급하지 않는다. 순천에서 살다 보니 봉화산(해발 350~360m)은 밥 먹듯 다녔다. 걷는 게 아니라 뛰어다녔다. 50대에 들어서자 무릎이 아파왔다. 소설쓰기도 그 즈음 시작했다. 소설에 매달리니 등산을 소홀히 했다. 한 달에 두세 번 다녔다. 그래도 무릎이 점점 더 아팠다. 나중엔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왔다. 

병원을 찾아 MRI를 찍으니 오른쪽 무릎 슬개골(무릎뼈) 안쪽 연골이 다 닳은 상태였다. 거의 없다시피 했다. 왼쪽은 덜 심각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충격적인 건 오른쪽 무릎 반월상(허벅지와 정강이가 닿는 곳) 연골이 슬개뼈 뒤로 쓸려 들어간 상태였다. 

나는 무릎 관절경 시술을 했다. 슬개골 뒤로 쏠린 반월상 연골을 제자리로 돌렸다. 슬개골은 그대로 두었는데 걸을 때 견딜만한 통증이 뒤따랐다. 더 무리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고 의사가 경고했다. 의사가 슬개골 통증은 허벅지 근육을 강화해 잡으라 했다. 나는 이미 수없이 다닌 순천봉화산에 발자국을 남기며 하체를 관리했다.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도 했다. 몇 년이 지나 광양읍으로 이사한 뒤엔 서천을 걷고 서산을 헤집었다. 그러자 목뼈가 아프고 골반 위 허리에도 통증이 몰렸다. 

나는 나이 들고 등산을 무리해 골병이 든 거로 여겼다. 발목도 아파 걷기가 불편했다. 등산 탓으로 여겼다. 의식마저 흐릿해진 듯했다. 나 자신이 무척 늙어 보였다. 나이 들고 몸 아프니 서러웠다. 나는 절망했다. 다시 병원을 찾아가 MRI를 찍었다. 목, 척추, 발목 모두 이상 없었다. 뜻밖의 결과였다. 의사가 나에게 헬스를 추천했다. 나이 들어 몸 근력이 약해진 탓이라 했다. 걷기만으로 몸 근력을 모두 관리하긴 어렵다고 했다. 

나는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운동을 시작할 때 내 상체 근육은 어린이 몸 상태였다. 5Kg을 감당하지 못했다. 하체는 걷기를 한 탓인지 좀 더 나았다. 나는 상체와 하체 운동을 고루 하며 근력을 키워 나갔다. 하루 한 시간 반 정도씩 일주일에 나흘을 했다. 석 달이 지나자 온몸을 감돌던 뼈의 통증이 사라졌다. 연골이 없는 슬개골 통증도 없어졌다. 구부정하던 목과 허리도 곧게 펴졌다. 의식이 상쾌하고 또렷했다. 무슨 마법 같았다. 마술이 아니었다.

나는 60대에 들어선 뒤에야 헬스를 알고 근력을 실감했다. 뼈에 이상이 없어도 뼈가 아프다는 걸, 등산만으로 건강을 다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근력을 강화하면 뼈 상태가 조금 안 좋아도 치유가 된다는 걸 체험했다. 요즘은 일주일에 헬스 사나흘 서산 걷기 이삼일을 병행한다. 두 가지가 같은 운동인 듯 보여도 해보면 다르다. 어쩌다 바쁘다고 일주일 정도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힘들어진다. 그러다 운동을 하면 몸이 개운해진다. 나의 미래는 헬스와 서천과 서산이 있어 편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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