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광양문화원장 김휘석

2015년 쯤인가? 민선시장 5대 때의 일이다. 광양읍 중심을 동서(東西)로 통과하는 매천로의 서울대학 학술림과 시계탑사거리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들자는 제안이 시의원(朴;李)들에 의해 제기되어 사업이 성립된 일이 있었다. 

사업의 내용은 구간내에 있는 전선을 지중화(地中化)하고 상점 간판을 LED로 바꾸고 서천(西川)의 우두보(牛頭洑)에서 물을 끌어와서 도로 한가운데에 실개천을 만들어 차가 다니지 않거나 일방통행으로 제한하여 문화를 즐기고 휴식과 만남을 제공하는 명품거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전선지중화 사업과 LED간판 교체사업은 계획대로 잘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실개천 개설과 차 없는 거리는 결국 주민들의 합의가 무산되면서 시작을 못 하고 말았다. 건물주와 상가 운영자 등 관계 주민 70여 명 중에서 5~6명의 적극적인 반대 활동에 의한 결과였다. 많은 시민들이 아쉬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광양읍은 본래(本來)부터 물의 도시다. 도시가 좌우 양쪽에 강을 끼고 있는 곳이 매우 드물다. 우리는 동, 서천이 있다. 좌우 둔치는 시민공원이 되었고 하천수를 시가지로 끌어들여 생활용수로 이용해 왔다. 동천은 계곡보에서 목성평의 농업용수를 제공하였고, 서천에서는 우두보(쇠머리보)에서 읍 8개리의 생활용수와 인동·인서평의 농업용수까지 제공해 주었다. 광양읍은 어디를 파도 물이 나온다. 

그러나 비가 많이 와서 우두보가 유실되면 광양읍의 우물이 말랐다. 이곳의 땅은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어 우두봇물이 스며들기 쉽다. 광양읍의 지형은 북고남저(北高南低) 형태로 봇물은 바다쪽을 향해 스스로 내리 흘렀다. 봇물은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동천의 계곡 보는 돌로 된 보에서 튼튼한 시멘트보로 바뀌어 봇물을 올려주고 있다. 
고속도로 밑으로 수도관(水道管)을 통해 부영아파트 쪽으로 보내진 봇물은 하천둑을 따라 조성된 시설녹지 가장자리에 만들어진 실개천을 따라 흘러 용강입구에서 도로를 관통하지 못하고 동천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만다. 물이 아파트 중심을 돌아 나간다면 어떨까?

서천의 우두보도 시멘트보로 바꾸고 봇물은 변함없이 올려주고 있다. 물은 옛 금해수산 주변에서 조금 이용되고 봉강입구 굴 박스를 지나 도로 밑으로 관을 통해 곧바로 서천으로 되돌아가 버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이 두 물길의 활용에 대해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무산되었던 차 없는 거리 사업도 서천으로 소용(所用)없이 흘러 버리는 우두봇물을 보고 착안 되었다 한다. 우두보→학술림→(옛)경찰서→역사문화관→시계탑사거리→유당공원으로 이어진 옛 물길을 따라 새로운 형태의 물길을 만들고자 했다.

마지막 코스인 유당공원의 연못을 보면 365일 낮은 수위(水位)로 고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질(水質)이 어떠할까 하는 것은 설명하지 않더라도 가늠이 가시리라 여겨진다. 수원(水源)은 연못 속의 용출수와 민방위용 지하수로 가끔씩 보충해 주는 것 같다. 우두봇물이 시가지까지 들어오면 용출수량도 증가하고 지상 유입도 가능하여 물이 썩지 않고 흘러나갔을 것이다. 

수질이 나빠지면서 연못 주변의 나무뿌리 활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의 순환이 요구되고 있다. 물은 생존의 기본이고 중요한 경제자원이다.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국내의 많은 도시들이 친수도시(親水都市)를 만들기 위해 중심 시가지에 지하수를 퍼올려 실개천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는 풍부한 자연수에 가압(加壓)을 하지 않더라도 물은 봉강입구에서 합강(合江)쪽으로 흘러간다. 물길만 만들어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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