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후소(繪事後素)는 논어 팔일편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공자의 제자 자하가 이렇게 물었다. “방긋 웃는 입모습이 어여쁘고 아리따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하얀 바탕 위에 고운 무늬로다 라고 한 것은 무슨 뜻입니까?”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를테면 흰 바탕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격(繪事後素)이다.” 그러자 자하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한다. “덕성을 갖춘 뒤에 예를 따라야 한다는 뜻이군요” 

이에 공자는 자하를 아주 크게 칭찬하면서 “나를 일깨워 주는 이는 바로 자하로다. 이제 너와 더불어 詩를 이야기할 만하구나” 하고 극찬을 한다. 이런 모습을 상상하다 보면 스승과 제자 간의 따뜻한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제자는 겸손하게 묻고 스승은 그 물음에 대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답을 하고, 그러면 또 제자는 자신의 깨달은 바를 스승에게 되묻는 이런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마 이런 정도에 이르기 위해서는 스승과 수시로 시간을 함께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오늘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교육 방법이다. 요즘 교육은 그저 지식만 속성으로 전수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공부의 1차 적인 목적은 자기 수양과 깨달음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원리는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고 결코 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왜냐하면 깨달음 없는 공부는 사람을 교만하게 만들고 또 그런 사람이 권력을 잡게 되면 사람들을 괴롭히는 데 앞장서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양이 덜 된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더욱 권위를 부리려 할 것이 뻔하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너무 많이 목격해왔고 지금도 목격하고 있다. 

공자가 자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그림을 그릴 때  먼저 흰 바탕이 마련된 뒤에 고운 색을 칠하는 것이 순서이듯 예를 행하기에 앞서 먼저 인간으로서의 성실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仁)한 마음이 없는 자가 아무리 예(禮)로써 겉모습을 꾸민다 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시 덕성과 예의를 갖춘 이가 다시 예로써 자신을 살펴본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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