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육군사관학교 학생으로서 금지된 법망을 뛰어넘어 하나회라는 정치 서클을 만들었던 수재 전두환은 박정희 군사혁명을 적극 지지하는 시가행진을 지휘함으로 박정희의 환심을 받았다.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은 80년 5월 광주 민중항쟁을 진압하기 위해 군법을 뛰어넘어 최전방 방어 임무를 맡고 있던 사단 병력까지 끌어드려 장갑차 헬리콥터 기관총으로 무장한 공수부대를 투입하여 무자비한 학살을 감행했다. 헌법을 뛰어넘는 폭력으로 정권을 유지했다. 

전두환 군사정권은 북한이 금강산댐을 만들어 물 공격을 하면 63삘딩이 반쯤 잠길 것이므로, 평화의 댐을 지어서 방어해야 한다며 전 국민을 상대로 돈을 걷었다. 수 년이 지나 북한의 물 공격이 허구이며 정권의 조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 일로 누가 사과하거나 처벌을 받는 건 보지 못했다. 물론 돈을 돌려받은 사람도 없다.. 선거철마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선거 전략으로 삼는 소위 ‘북풍’이 얼마나 불어댔는지, 생소한 분들은 ‘총풍 사건, 북풍 사건’을 검색해 보시라. 

지금 남북분단 때문에 남한은 53만명의 군인이 복무 중이다. 국방 예산으로 한해 57조원을 쓴다. 전체 국가재정의 9%에 닿는 액수로, 하루에 1561억원씩 전쟁 비용으로 쏟아붓는 꼴이다. 전 국민을 대학교까지 무상 교육하고도 남는 돈이다. 이게 다 분단 상황의 삶의 일부라니 끔찍하다. 

그런데 한 나라를 공격하면 이를 정의라 하고 불의인 줄을 모른다. 한국전쟁은 남북한 분단에 기인하고, 그 분단의 출발은 일제의 강점과 침략전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미국과 소련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냉전 시대의 양대 괴수로 그 위상을 높였고, 중국은 체제 안정과 더불어 국제적 발언권을 높이게 되었다. 

다만 우리 민족만이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만신창이가 되었거니와 그 비극이 해소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제주를 방문하는 기회에 제주 4,3 사건의 현장과 강정마을을 돌아보았다. 강정에서 전쟁을 구실로 국가가 한 마을을 어떻게 짓밟는지 현장을 보았다. 국가는 온갖 법을 어기고 인권을 침해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전쟁은 국가폭력을 정당화하는 실체다. 하여 전쟁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비극이다. 지난 1년 동안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검사의 나라’ 대한민국을 통치했다. 윤 대통령은 틈만 나면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외쳐왔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사상, 제도,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다. 

헌법에는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었지만, 국가 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나’를 미워한다면, 그 권력을 악용하여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나’를 처벌할 수 있는 명분이 나올 때까지 주변을 캐며, 없는 죄를 덮어씌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국가 권력은 오로지 미리 제정해놓은 법률에 의거해서만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원칙을 법치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땅의 정의를 지켜갈 법치가 위협받고 있다. 오늘의 난국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리더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아인슈타인은 “리더는 혼란에서 단순함을, 불화에서 조화를, 어려움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선제타격을 구가하는 윤석열 정권의 한, 미, 일, 편중 외교의 곡예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서늘하다. 좀더 중용의 미덕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인가. 차이가 있기에 여와 야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정치에서 타협을 배제하고 조화를 잃은 지도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전 70주년, 6월항쟁 36주년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한국전쟁을 끝내자”라고 함께 외치는 반전 평화의 달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전쟁놀이로 이득을 보려는 극우 기득권 세력의 실체를 파악하고 저들의 흉계를 깨부수고 자주 평화 통일의 길을 찾아서 힘을 모아야 하겠다. “불의를 보고도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김대중). 힘없는 노인이 할 일이라곤 기도밖에 없다. ”이 땅에 평화 통일을 허락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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