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인지자(鄹人之子)는 멸시와 관계된 고사로 거의 활용되지는 않지만 그 배경을 알아두는 것도 삶에 도움이 되지 싶다.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마련이다. 그럴 때는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큰 위로가 되는 것은 성현(聖賢)의 반열에 올랐다는 예수나 공자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 하긴 무슨 수로 모든 사람을 내 마음에 들게 만들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누군가 날 무시한다고 해서 지나치게 기분 나빠할 것까지는 없겠다. 그런데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게 되면 신경증환자가 되고 말 것이다. 공자님은 오죽이나 무시를 많이 당했으면 아예 논어 첫 장에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이면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아”라고 기록을 남겼겠는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면 그가 바로 군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 쉬워 그렇지, 막상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어 하는 게 인간들의 보편적인 심리다.

그래서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종종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공자님의 말씀을 상기하는 것도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싶다. 한번은 또 이런 일도 있었다. 공자가 노나라의 시조인 주공단을 모신 태묘에 들어갈 때 일이다. 공자가 태묘 관리인에게 하나하나 물어서 제례를 행하였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공자는 예(禮)를 모른다고 멸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바로 공자를 가리켜 ‘추인지자‘라고 했던 것. 추인지자는 공자 아버지 숙량흘이 대부로 있었던 추읍의 아들에 불과하다는 ’하대‘의 뜻이 들어 있다.

그러나 공자가 제사법을 몰라서 물었을 리는 없다. 다만 제례를 행함에 신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공자는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는 것도 물어서 하는 것이 공경심의 극치요, 예의 본질”이라고.  바로 시례야(是禮也)가 그렇다. 공자는 예라는 것도 시대에 따라 또는 나라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 누(累)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물었던 것이다. 그리고 물음을 통해 예를 범하는 실수를 줄일 뿐만 아니라, 더 공경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예라는 것은 ’물음‘을 통하여 끊임없이 생성되어가는 것이며, 그러한 물음을 통하여 변증법적으로 자기완성을 해 나간다는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함이었다. 물음에도 다양한 의미가 들어있다. 어떤 물음은 아는 것을 좀 더 공고히 하기 위해 묻는 것도 있고 어떤 물음은 중요한 문제를 다시 환기시키기 위해 물을 때도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올 때는 그 사람이 묻는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쨌건 간에 묻는 것은 바람직한 삶의 태도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일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을 높여주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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