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인지담(錢是人之膽)은 돈이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담력이 커짐을 이르는 고사성어다. 흔히 사용되는 고사는 아니지만,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자본만 있으면 어떤 일을 해도 걸림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지 싶다. 돈만 있으면 못할 게 없는 게 자본시장의 속성이 아닌가. 

물론 이 말에 아니라고 딴지를 걸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돈이 지배하고 있다. 이제 돈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있다. 정치와 종교 그리고 교육까지 돈이 침투하지 않는 곳이 없다. 예전에는 김중배 다이아몬드 반지가 탐이 나서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한 심순애를 손가락질 했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돈의 맛을 아는 사람은 절대 돈을 멀리하지 못한다.

돈은 권력도 살 수 있고 극락과 천국도 살 수 있으며 쾌락도 살 수 있다. 마약 중에 가장 무서운 마약이 바로 돈이다. 재밌는 것은 ‘돈 전(錢)’이라는 한자다. 쇠금(金) 자에 ‘해칠 잔(戔)’ 또는 ‘쌓일 전’(戔) 자로 구성된 것을 보면 상당한 의미가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것의 대부분이 금전 관계 때문임을 상기해 보면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그렇다. 돈을 잘못 쓰면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게 마련이다. 아니 요즘 보험사기 사건만 봐도 그렇다. 범죄의 90% 이상이 금전 때문이라는 통계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돈 전’(錢)은 원래 동전의 개수를 이르는 말이었지만, ‘고린 전’(錢)이라는 뜻으로도 즐겨 사용했다. 여기서 ‘고린’은 ‘구린내’를 말하는데,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이 정당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말이다. 흔히 말하는 검은돈으로 부르는 것이 그렇다. 물고기는 낚시로 잡는 법이고 사람은 돈으로 잡는다고 했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적용되는 속담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돈과 불가분의 관계라 선거를 치르고 나면 그렇게 곤욕을 당하게 되는 이유다. 오죽했으면 돈만 있으면 부처님은 물론 하느님도 매수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겠는가. 기독교에서 천국을 ‘황금집‘에 비유하곤 하는데  이 또한 돈의 위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게 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사이비 교주들 역시 그 배면에는 모두 돈이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대에는 이를 ’맘몬신‘ 이라 불렀다. 우리 속담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속담이 있지만, 이 속담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개같이 번다는 것은 즉 과정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위험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정승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는 게 바른 표기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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