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이 더부룩하다. 배탈이 나는가 싶을 때 아내가 물에 타준 매실청 한잔을 마시고 뱃속이 조용해졌다. 우리들 촌부(村夫)들이 가끔씩 경험했던 매실의 기억이다. 여름날 무더위 속에 흐르는 땀을 식히는데 새콤달콤하면서 진한 향기를 내뿜는 시원한 매실쥬스 한 사발은 어떤 음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청량음료이다. 설탕의 단맛과 매실의 향기와 새콤달콤한 맛이 합쳐져 독특한 개운함을 느끼게 한다. 살림을 잘하는 주부라면은 자신의 냉장고에 항상 매실청 원액을 준비해두고 있다. 음식을 조리할 때 넣기 위한 필수 양념이다.

겨울이 끝나기 전에 꽃을 피웠던 매화는 봄 햇살에 살을 찌워 지금 매실 수확이 한창이고, 맛있는 청(淸)을 만들기 위한 주부들의 손도 바빠졌다. 매실은 이미 5월 말부터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매실이 맛이 들었을까? 아니면 몸뚱이만 키웠을까? 걱정이 되지만 일찍 출하하면 대체로 시세가 좋은 듯하다. 여름에 하는 매실 설탕 재우기는 초겨울에 하는 김장담그기와 함께 주부들의 중요한 연례행사가 되었다.

매실을 가공하는데 우리는 대부분 설탕을 사용하지만, 일본은 주로 소금을 이용한 우메보시(梅干)를 만든다. 설탕이 당뇨와 관련이 된다면, 소금은 혈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짜지 않은 우메보시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설탕 가공 쥬스 생산량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오히려 설탕 위주 가공에서 소금 쪽으로 조금 변화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주로 만드는 장아찌나 청은 과일의 성숙도가 다른 것을 사용한다. 장아찌는 아삭아삭한 맛을 유지해야 한다. 과육이 단단해야 칼질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성숙과를 사용한다. 그러나 청을 만들 때는 과일이 맛이 다 들었을 때, 늦게 수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서울의 주부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데 오히려 매실농가는 모르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무시해 버리는 것인가?

5월에 매실이 시장에 출하하는 것은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일이다. 수확하는 방법도 흩어 따지 말고 성숙한 큰 것부터 골라 수확해야 한다. 일본의 매실 주산지 와카야마현의 시험성적을 소개한다. 와카야마는 우리 지역보다 꽃이 20일 정도 앞서핀다. 그러나 당분이나 구연산 함량이 6월 16일경부터 증가하여 당분은 계속 증가하고 구연산은 21일경에 정점에 이루고 다시 조금씩 감소하는 현상을 보인다. 향기는 익을수록 좋아진다.

모든 과일은 제맛이 들었을 때 먹어야 영양분도 충분하고 유해 성분도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르게 말하면 익은 과일을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맛이 덜 든 과일이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또 있다. 바람에 떨어진 과일이 그렇고 서리 맞기 전에 시장에 나온 단감(부유, 차량)이 그렇다. 우리 지방의 서리는 10월 하순에 시작하는데 그때까지 감잎이 건강하게 달여있는 감나무에서 수확한 단감이 제맛이 난다.

낙엽병 등의 원인으로 잎이 부실하면 감이 맛이 덜든 상태로 일찍 익어 그것들이 시장에서 싸게 팔려지고 있지만 그것은 결국 “감이 이렇게 맛없는 과일입니다.”하고 선전하는 것과 같다. 매실도 마찬가지다. 풋매실을 시장에 출하했다는 지적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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