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과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로 토론할 때였다. 한 친구가 손을 들고 말했다. 개미와 베짱이는 다 거짓말이라는 화두였다. 자신이 곤충 현장 학습을 나갔는데 그곳 곤충 학자가 말하길, 베짱이는 추운 겨울까지 살지 못하는데도 이솝 우화에는 한겨울에 베짱이가 나오니 그건 엉터리라 했다는 것이다. 그런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왜 공부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꽤 똑똑한 친구였다.

청소년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향했다. 말을 주저하거나 잘못하면 소설가 체면이 망가질 상황이었다.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단순한 토론이 아니었다. 소설가와 곤충 학자의 입씨름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먼저 그 친구에게 좋은 질문이라는 칭찬을 보내고는 바로 ‘인어공주’와 ‘피노키오’를 꺼내 들었다. 인어가 진짜 있는 거니, 나무 조각이 어떻게 사람이 되니. 없거나 불가능하잖아. 그래도 안데르센은 인어공주를 쓰고 콜로디는 피노키오를 썼잖아.
 
그렇다고 그 책들을 안 읽니. 우리 모두 그 책들을 불멸의 명작으로 여기며 열심히 읽잖아. 다른 애가 손을 들고는 그건 은유잖아요 했다. ‘그럼 이솝이 쓴 베짱이는?’이라 내가 말을 이었다. 비로소 애들은 이해하는 듯했다. 나는 청소년들에게 물었다. 이솝은 베짱이가 한겨울엔 살 수 없다는 걸 몰랐을까 알았을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베짱이가 겨울까지 못 사는 건 사실이고 한겨울에 베짱이가 먹이를 구하는 건 은유라 말했다. 어떤 물질을 빗대어 꾸며낸 비유라 했다. 시, 동화, 소설 들 문학은 은유나 비유가 기본이라고. 과학이랑 다른 부분은 틀린 게 아니라 빗대어 말한 거라 설명했다.

다른 친구가 손을 들고 ‘그 곤충 학자는 은유나 비유를 모른 거네요.’ 했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대화였다. 나는 짧게 고민한 뒤 대답했다. 여러분은 곤충 베짱이도 알고 이솝의 베짱이도 알잖아. 그러면 한가지 만 알아 두 가지를 알아. 애들이 두 가지라 응대했다. 나는 어떤 게 더 낫지, 라고 애들에게 또 물었다. 다들 두 가지를 아는 거요, 했다. 나는 말을 덧붙였다. 사람은 한가지 만 아는 것보다 두 가지나 그 이상으로 다양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양하게 알아야 넓고 깊은 상상력이 생기는 거라 말했다.

그 뒤 나는 혼자 생각했다. 그 곤충 학자는 전공학문에만 열중하느라 동화 소설 들을 못 읽었을까. 청소년들에게 베짱이를 설명할 때 생물학적 사실과 우화적 베짱이를 다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인간의 삶은 지식보다 호기심과 상상력, 다시 말해 지혜로써 진보하는 것이다. 알고 싶은 한두 가지 지식보다는 다양한 지식을 쌓았을 때 심오한 지혜가 발현되는 게 아닐까.

누구나 라이트 형제는 다 안다. 그들이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다는 하나의 지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인간의 삶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 그들은 다양한 정보나 지식을 모아 사람도 하늘로 갈 수 있다는 도전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멋진 호기심이고 훌륭한 지혜라 하겠다. 이후 라이트 형제의 원시적 글라이더를 본 후대들이 오늘날 우주선까지 만들지 않았는가. 이렇듯 선대는 후대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책임이 있다. 먼저 어른들이 외골수에서 벗어나 폭넓은 안목을 지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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