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순사건 희생자위령탑

역사의 비극과 아픔을 잊지 않는 방법 중 하나는 ‘다크투어리즘’이라 할 수 있다. 1948년 10월19일, ‘동포의 가슴에 총을 겨눌 수 없다’며 제주출동을 거부하고 여수에서 일어 난 ‘여순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큰 아픔’이다. 광양지역도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백운산이 있어 피해기간도 길었다. 다른 도시가 갖고 있는 학살의 흔적, 수탈의 흔적을 찾아 ‘여순사건’의 비극을 알리고, 희생자와 그 유족의 고통과 깊은 상처에 공감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우리 지역의 아픈 이야기가 생생한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기억될 수있었으면 한다.  <편집자 主>

산동·광의·토지·간전 등에서 800여명의 희생자 발생
생매장된 곳이 논으로... ‘집단학살’의 흔적 찾을 수 없어

▲ 원촌초등학교 안내판

1948년 10월 19일, 제주 출동을 거부한 14연대 군인들은 지리산으로 가려했다. 따라서 지리산이 품고 있는 구례지역도 그 피해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추정에 따르면 1948년 10월말부터 1949년 7월까지 구례군에서는 간전면 간문천, 산동면 꽃쟁이골, 토지면 피아골 등 14곳의 학살터에서 80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300여명이 생매장된 곳으로 알려진 간전면 간문천변 등은 논으로 개간된 지 오래되어 이곳에서 그런 참상이 일어났는지 조차 알 수가 없어 유가족들의 기억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사단법인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전남동부지역 여순사건 유적지도에 ▲산동 현천마을 작은 욋골 ▲산동 꽃쟁이 마을 ▲산동원촌초등학교 ▲산동누에고치판매소 ▲산동중동초등학교 ▲산동 한청마을 참새미골(가장골) ▲산동 이평마을횟골모퉁이 ▲광의초등학교 ▲광의 유산마을 새미골 ▲광의 방광초등학교 ▲마산 청내다리 ▲구례 봉성산 ▲섬진강 양정지구 ▲구례 여순사건희생자 위령탑 등 구례군 유적지를 15곳으로 정리했다. 이중 학살지 임을 알 수 있도록 안내판이 세워진 곳은 손에 꼽는다.

산동 원촌초등학교는 3연대가 이곳에 주둔하며 민간인들을 연행해 구금하고 사살했다. 수색작전에 나갔다가 한 번에 수십여명의 민간인을 원촌초등학교와 학교와 가까운 누에고치 판매소로 끌고 와 감금했고 수용된 사람들은 정보과 군인·경찰들이 식량을 제공했느냐 등 봉기군에 협력했는지에 대해 취조를 당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끌려 온 사람들은 이들로부터 구타, 전기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 현충공원 안내판

원촌초등학교 교정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당시의 참상을 엿볼 수 있다. 광의면은 여순사건 이후부터 빨치산 토벌이 끝날 때까지 대략 200여명 정도가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리산과 가까이에 마을들이 늘어 선 광의면은 좌우익 양쪽으로부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밤에는 빨치산들이 보급투쟁을 나와서 식량을 약탈당하고 강제부역에 시달렸으며 낮에는 토벌군이 빨치산 협조자라면서 주민들을 광의국민학교에 모아놓고 공개처형했다. 

구전으로 알려 진 ‘산동애가’는 산동면에 사는 당시 열아홉살이었던 백순례가 불렀다고 전해진다. 백순례는 둘째오빠가 여순사건 관련자로 처형되고, 셋째오빠까지 처형될 위기에 놓이자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서 둘째오빠 대신 자신을 끌고 가라며 자청해서 경찰에 끌려갔고 처형되면서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산동애가’
열아홉 꽃봉오리 피워보지 못하고/ 까마귀 우는 곳을 병든 다리 절어 절어/ 다리머리 들어오는 원한의 넋이 되어/ 노고단 골짝에서 이름없이 스러졌네/ 잘있거라 산동아 산을 안고 나는 간다/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 정을 맺어놓고/ 회오리 찬바람에 부모 효성 다 못하고/ 갈 길마다 눈물지며 꽃처럼 떨어져서/ 노고단 골짝에서 이름없이 스러졌네/ 살기좋은 산동마을 인심도 좋아/ 열 아홉 꽃봉오리 피워보지 못하고/ 까마귀 우는 곳에 나는 간다/ 노고단 화엄사 종소리야/ 너만은 너만은 영원토록 울어다오.  
 

▲ 원촌초등학교 전경

▲ 산동애가 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영신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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